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귀신이 자꾸만 보입니다

장백산-1 2016. 6. 4. 00:21

귀신이 자꾸만 보입니다



가끔씩 신도님들 중에는 귀신이 보인다거나, 꿈 속에서 보인다고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또 귀신이 

나에게 붙을까봐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고, 밤에 가위에 눌리는 것으로 고민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설사 우리가 시쳇말로 하는 귀신이 내 안에 들어온다 할지라도 그것은 내 바깥에 있는 귀신이 나를 

지배하는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이 귀신을 내가 떼야 되는데’ 하는 그 문제가 아닙니다. 바깥에 있는 

귀신과 나와의 싸움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귀신은 언제나 내 내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내 마음이 그렇게 虛하고, 그렇게 귀신을 끌어

당길만한 그렇게 외부적인 어떤 존재에 휘둘릴만한 그렇게 나약하고 의존적인 마음상태에 있을 때는 

그런 어떤 잡귀들도 더 달려오기가 쉽겠죠. 그러나 그렇지 않고 마음이 떡하니 중심이 서 있게 된다면 

그러한 귀신들이 나를 억누르지 못하고 휘두르지 못합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마음이 일으키는 일

이라는 말입니다. 내 바깥에 진짜 실체적인 귀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즉, 귀신이 나에게 

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내면 마음의 문제라는 말입니다.


事實 人間이라고 하는 존재도 無我로써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아닌데, 우리 눈에 보이는 現示된 이 모든 

물질세계 조차 실체가 아닌데, 귀신의 세계가 실체일 수가 있겠습니까? 눈에 보이는 현시된 이 세상 이

모든 것들, 우주삼라만상만물, 現象의 세계, 삶이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全部 다 三界唯心이요, 

萬法唯識으로서 마음이 그려내는 그림 세계일 뿐인겁니다.


가위에 잘 눌리는 사람은 어때요? 가위에 눌릴 때 무섭고 두려워서 겁을 내면서 빨리 없어지라고 하거

나, 빨리 없애려고 힘을 주고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더 가위눌리는 그 現象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힘을 쫙빼고 “그래 니 맘대로 해봐라. 죽이든 살리는 맘대로 해봐라. 어차피 이 세상 모

든 것들, 우주삼라만상만물, 우리들 全部가 다 마음이 부리는 장난일 뿐인데, 그런 허수아비들이 나를 

어쩔 수야 있겠나. 난 모르겠다” 하면서 오히려 없애려고 애쓰고 버티던 마음을 탁 내려놓고 가만히 그 

허깨비들을 정신차리고 지켜보고 있으면, 그 허수아비 허깨비들은 금방 사라져버립니다.


現示된 現顯된 化現된 이 세상 모든 對相 境界는 꿈, 幻想, 신기루,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같은 것들로서 

그것들은 내가 느끼는 마음의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것이기 때문에 지켜보면 곧장 사라져버리는 겁니다. 

내 마음이 환상을 겁내고 두려워함으로써 겁내고 두려워하는 환상인 대상 경계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일 

뿐입니다. 내 생각 의식 마음이 두려워하지 않으면 두려운 대상 경계인 환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事實 

현시된 이 세상에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만한 힘을 지닌 외부의 실체적 대상은 전혀 없기 때문이지요.


예전에 어떤 책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어떤 사람이 귀신을 보는데 이 사람이 공동묘지에 갔습니다. 

갔더니 온갖 귀신들이 막 떠들고 있는 거에요. 그런데 자신이 오니까 귀신들이 ‘저기 사람이 온다’ 하면

서 그 사람이 공동묘지에 오는 것에 대해 그리 크게 의미 부여를 안 하면서 가볍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

요. 그런데 귀신을 본다는 그 사람이 귀신들끼리 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귀신이 자신을 보고 자기 얘기

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갑자기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렇게 갑자기 무

서워하면서 벌벌 떠니까 귀신들이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야, 쟤가 우리를 보나봐. 저렇게 우리를 무서워하는 꼴을 봐” 하면서 귀신들이 깜짝 놀라가지고 그 많은 

귀신들이 전부 이 사람 가까이로 몰려드는 겁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오든 말든 별 상관을 안하던 귀신들이 

이 사람이 귀신을 보면서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꼴을 보고는 오히려 귀신들이 이 사람에게 몰려든 거지요.


그런데 이 사람이 스승의 어떤 가르침을 떠올리고서는 ‘그래! 이것도 또한 내 마음에서 내가 힘을 주지 

않으면, 내 마음이 두려워하지 않으면 그 어떤 귀신도 나를 휘어잡을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죽이

든지 살리든지 니네들 마음대로 해라’ 하고 탁 내려놓으면서 제 갈길을 담담히 가는 순간, 갑자기 귀신들

이 김이 빠져 흩어졌다고 해요. 이 사람이 갑자기 두려움이 없어지니까 귀신들이 재미가 없어지는 거죠.


이 세상 그 어떤 대상 경계가 현시되어 내게 다가온다 할지라도 夢幻泡影인 그것들에게 내가 두려워하지 

않으면, 환상일뿐인 그 대상 경계는 우리를 집어삼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보시 중에도 두려움을 없애주는 

보시인 무외시(無畏施)가 가장 중요하고, 관세음보살을 다른 이름으로 施無畏者라고해서 두려움을 없애주

는 보살이라고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 세상 그 어떤 대상 경계든 두려워하지 마세요. 두려

워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겁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 우리들, 우주삼라만상만물로 현시된 것들이 마음이 부

리는 장난으로 고정된 실체가 없는 꿈, 신기루, 허깨비, 물거품, 이슬, 번개 같은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내 마음이 내 마음이 그려내는 그림인 이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이 세상에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법상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