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비어 있는 채로 춤추는 우주만물
한 法도 元來 없어서 萬法이 텅~비었거늘 이와 같은 것들 속에서 원융하게 통달하여 깨닫는 일이 어찌
허락이 될 수 있겠는가. 소림(少林)의 소식이 끊겼다 여겼더니 복숭아꽃 옛 그대로 봄바람에 웃고 있네.
- 부용도해(芙蓉道楷, 1043~1118)
일법원무만법공(一法元無萬法空) 개중나허오원통(箇中那許悟圓通)
장위소림소식단(將謂少林消息斷) 도화의구소춘풍(桃花依舊笑春風)
지금 당장 눈앞에 무엇이 있습니까? 現象으로 現示되어 있는 온갖 ‘對相 境界’가 分明하게 있습니까? 잘
살펴보십시오. 온갖 현상으로 현시되어 있는 ‘대상 경계’가 고정된 실체로 진짜 있는 것들인지를?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만지고 느끼고, 생각을 하는 나를 벗어나 보이고, 들리고, 냄새맡아지고, 맛보아
지고, 만지고 느끼고, 생각이 되어지는 그것들이 독자적으로 독립적인 존재로서 있을 수 있는 것들입니까.
즉,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만지고 느끼고, 생각을 하는 ‘나’와 따로 떨어져 객관적으로 ‘대상 경계’
가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까? 나아가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만지고 느끼고, 생각을 하는 ‘나’ 역시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만지고 느끼고, 생각을 하는 行委를 떠나 홀로 존재할 수 있습니까? ‘나’는
‘대상 경계’와 分離 分別되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實在입니까?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만지고느끼고, 생각을 하는 ‘나’와 보이고, 들리고, 냄새맡아지고, 맛보아
지고, 만져지고 느껴지고, 생각이 되어지는 ‘대상 경계’는 결코 따로 分離되어 있는 둘이 아닙니다. ‘나’
가 있기에 ‘대상 경계’도 있는 것 같은 느낌이고, 대상 경계’가 있기에 ‘나’ 역시 있는 것 같을 느낌이 들
뿐입니다. 事實은 '나'나 대상 경계'나 둘 다 독자적인 고정된 실체가 없는 꿈, 환상, 신기루, 허깨비, 물거
품, 그림자 같은 실체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꿈, 환상, 신기루,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같은 독자적인
고정된 실체가 없는 '나'나 '대상 경계' 그 사이에서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만지고 느끼고, 생각을
하는 일’이라는 行爲가 어찌 있을 수 있겠습니까? 꿈, 환상, 신기루,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같은 ‘나’가
역시 꿈, 환상, 신기루,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같은 ‘대상 경계’를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만지고
느끼고, 생각을 하지만, 實際로는 ‘나’도 없고, ‘대상 경계’도 없고,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만지고
느끼고, 생각을 하는 일, 行爲들도 없는 겁니다.
이러한 事實 속에서는 원만하게 통달해서 깨닫겠다는 말조차도 성립이 될 수가 없는 겁니다. 이러한 事實
에서는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님과 역대의 조사들의 가르침이라 하더라도 그들 가르침들은 일부러
긁어 부스럼을 더하고, 멀쩡한 눈에 모래가루를 뿌리는 일에 불과할 뿐인 겁니다.말의 길과 마음 갈 곳이
끊어져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고 삼라만상 전체가 숨을 죽인 듯합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입니다. 부처가 한 말도 없고, 조사가 한 말도 없기 때문입니다. 한 번 크게 죽은
후에 다시 살아나야만 합니다.
텅~텅 비어 아무것도 세울 수 없는 지금 당장 여기 눈앞 그 자리에 다시 옛 그대로의 복숭아꽃이 봄바람에
웃고 있습니다. 찻잔은 비워졌는데도 차의 향기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다시 時間은 흘러가고 삼라만상이
活發하게 살아 움직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본 것이 도무지 없고, 아무리 만져도 만진 것이 도무지
없으며, 아무리 느껴도 느낀 것이 도무지 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습니다. 마땅히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이와 같이 보아야 합니다.
- 몽지님 / 가져온 곳 : 카페 >무진장 - 행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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