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무유정법(無有定法) : 말한 바가 없다.

장백산-1 2016. 10. 14. 12:01

무유정법(無有定法) : 말한 바가 없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법은 집착(執着)의 망령(妄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간을 흔들어 깨우는 최선의 

方便입니다. 넘어져서 괴로워하는 이는 일어나게 해주고, 오래 서 있느라 힘든 사람은 눕게 해줍니다. 배

고픈 자에게는 밥을 많이 먹게 하고, 과식하는 자에게는 조금씩 먹으라고 일러줍니다.


ㅂ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은 인연(因緣) 따라 설해지므로 그 하나하나가 다 진실합니다. 중생의 미망

(迷妄)은 제각기 다른 상황과 조건 속에서 일어나므로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제각기 다른 그 原因을 

해결해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런 因緣法을 무시하고 문자와 형상에만 집착한다면 석가모니 부처님 法

은 이미 거기에 없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것만이 眞理'라고 주장하지 않고 다만 그 순간에 괴로움

의 원인인 집착과 미혹을 부서뜨려 줄 뿐입니다.


물은 본래의 자기 모양이 없습니다. 담기는 그릇에 따라 다른 모양을 만들어냅니다. 그때그때 모습이 바뀌

므로 어떤 대상과도 마찰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막히면 고이고, 차면 넘치고, 이쪽을 막으면 저쪽으로 흐르

고, 사방이 막히면 조용히 기다립니다. 이러한 물의 모습이야말로 자기 모양을 갖지 않는 전형이라 할 만합

니다.


우리 인간들도 물처럼 본래 고칠 것이 없으되 얼마든지 자기 모습을 바꾸어나갈 수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맞추고 자식에게 맞추어가며 그들과 맞지 않는 부분을 고치는 일에 주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고쳤던 부분을 다시 바꿔야 할 때가 오면 달라진 상황에 맞추어 다시 바꾸어나가는 것, 이것

이 因緣에 따라 자신을 맞추는 도리입니다.


규정(規定)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풀어버리는 것이 相을 떠나는 길, 모양을 떠나는 길입니다. 마음이 물처럼 

흘러갈 때 사람들은 점점 더 自由로운 상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모든 모양이 모양이 아님을 알 때 

깨달음을 얻는 이치입니다. 모든 모양이 具足하다는 가르침은 무엇이라고 規定할 기준이 본래 없다는 뜻이

며, 固定된 모양이 본래 없으므로 '이것을 하라'하거나 '이것을 하지 마라'하는 가르침도 다만 因緣에 따라 

생길 뿐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금강경金剛經>을 설하면서 한 마디 말도 한바 없음을 강조한다. '이것만이 眞理다'라고 

말하지 않는데 본래부터 이미 定해진 그런 法은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해서 '이른바 불법이라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이름이 불법일 뿐이다[所謂佛法者 卽非佛法 是名佛法].'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석가모니 부처님은 설하면서도 설한 바를 부정하여 法에 대한 執着을 버리도록, 法조차 버려야 

할 것임을 강조하는데, 이를 이름하여 無有定法이라 할 뿐이다. <금강경>도 因緣 따라 설해진 方便이며 

강을 건너면 버리고 가야할 뗏목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본래부터 이미 定해진 것이 없다는 사실, 固定된

實體가 없다는 사실이 無有定法이며, 고정된 실체가 없기에 因緣을 따라 이루는 것이 그 要體인데 因緣을 

따라 이룬다는 말은 固定된 法에 머물지 않는 無有定法의 中道를 행하는 것이며, 이는 宇宙大自然의 緣起

的 질서(秩序)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며 모두가 어울려 존재하는 우주대자연의 활동에 一致하는 삶이 고통

에서 벗어나 大自由를 얻는 길임을 깨닫는 것이다. 우주대자연의 활동과 한방향을 이루는 삶이 因緣을 따

라 행하는 걸림 없는 자유이고 최고의 행복으로 그 공덕이 限量 없다. 


-법륜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