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시인들이 술 마시는 영안실

장백산-1 2016. 10. 23. 01:24

시인들이 술 마시는 영안실  /  정호승


희미한 영안실 형광등 불빛에 시인들이 편육 몇 점에 술을 마신다

착한 사람들이 언제나 먼저 죽는다고  죽음은 용서가 아니라고  

사랑도 어둠이었다고

 

더러는 컵라면을 국물째 들이키며 철없는 짐승인 양 술에 취한다

꽃이 져서도 아름답더냐  왜 발도 없이 인생을 돌아다녔나


겨울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이파리처럼 어린 상주는 꼬부라져 

영정 앞에 깊이 잠이 들고


뒤늦게 온 조화인가  트럭에 실려 온 흰 백합들이 하는 수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달도 없는 하늘에 별들만 푸른데 영안실의 밤은 깊어만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