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술 마시는 영안실 / 정호승
희미한 영안실 형광등 불빛에 시인들이 편육 몇 점에 술을 마신다
착한 사람들이 언제나 먼저 죽는다고 죽음은 용서가 아니라고
사랑도 어둠이었다고
더러는 컵라면을 국물째 들이키며 철없는 짐승인 양 술에 취한다
꽃이 져서도 아름답더냐 왜 발도 없이 인생을 돌아다녔나
겨울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이파리처럼 어린 상주는 꼬부라져
영정 앞에 깊이 잠이 들고
뒤늦게 온 조화인가 트럭에 실려 온 흰 백합들이 하는 수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달도 없는 하늘에 별들만 푸른데 영안실의 밤은 깊어만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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