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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30년]'인권경찰' 외치지만 갈 길 멀어

장백산-1 2017. 1. 15. 01:15

[박종철 30년]'인권경찰' 외치지만 갈 길 멀어

집회 자유 여전히 제한…"故 백남기 농민 사건 

사과부터"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7-01-14 07:00 송고


자료사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2015년5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담당 검사였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대법관

후보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15.5.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14일 30주기를 맞았다. 

가혹한 고문으로 22세 꽃다운 청년을 죽음에 몰아넣은 국가 권력은 30년간 변화를 거듭해 이제 '인권 경찰'을 자처하고 있지만 경찰을 향한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남영동 대공분실 '인권센터'로 탈바꿈 
남영동 대공분실은 지난 30년간 경찰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전기고문 등을 받았던 이 공간은 2005년 경찰청 인권센터로 탈바꿈했다. 

고문이 행해진 509호 조사실은 당시 모습을 살려 박종철 열사 추모 공간으로 바뀌었고, 건물 곳곳에 박종철 기념전시실, 인권교육 전시관 등이 들어섰다. 국가의 야만적 폭력 현장이 인권교육의 산실로 보존된 것이다. 

시국사범에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일상적으로 자행됐던 고문도 과거의 일이 됐다. 최근엔 2010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날개꺾기' 사건이 알려져 해당 경찰관이 파면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달리 경찰 조사는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된다"며 "고문은 해서도 안되지만 이제는 할 수도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2005년 인권보호담당관(총경)을 신설해 일선 현장에 피해자와 피의자, 성적 소수자, 장애인 등에 대한 인권교육, 시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30주기를 맞아 별도의 입장표명 등은 않기로 했다. 다만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진행되는 박종철기념사업회의 행사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백남기

농민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2016.1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백남기 사건 사과 안한 경찰…국가폭력 여전
하지만 수사현장에서 물리적인 고문이 사라졌을 뿐 공권력의 폭력은 여전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9년이 지나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평화 시위를 거듭했지만 경찰은 번번히 행진을 제한하고 차벽을 세워 시민들과 맞섰다. 

지난해 9월엔 경찰의 물대포에 맞은 백남기 농민 사건이 317일만에 숨을 거뒀지만 경찰은 원론적인 유감 표명 외에 한차례 사과도 없었다. 이에 지난 30년간 경찰이 달라진 게 무엇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페이스북에서 '경찰인권센터'를 운영 중인 장신중 전 총경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1·2조는 경찰의 최우선 직무를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박종철 사건은 국민의 생명을 해치면서까지 독재정권을 지키려했던 경찰의 참담한 역사로, 경찰이라는 조직이 존재하는 한 반면교사로 삼고 늘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전 총경은 "그럼에도 경찰의 인권침해적 관행은 바뀌지 않아 번번히 촛불집회 행진을 막고 '차벽'을 세우고 있다"며 "이는 헌법 정신과 민심을 거슬러 시민의 기본권,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학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경찰이 박종철 사건을 진정성 있게 돌아본다면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즉각 사과부터 해야한다"며 "그런 뒤 인권에 대한 청사진 등을 내놔야 진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hac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