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 곧바로 맛을 보십시오!
물질적 정신적 현상세계인 이 세상 이 모든 것은 바로 눈앞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이기에 그것들을 이리 저리 분별하는 마음을 일켜서 달리 찾을 필요가 없는 것들입니다. 본래부터 이미
완전한 눈앞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이 세상 이 모든 것들이 안과 밖으로 있는 듯 분리 분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 이 모든 것들은 모두 스스로의 마음에 비친 그림자일 뿐입니다.
지금 여기서 눈앞에 있는 사물을 보고 있다면 보고 있는 모든 것은 모두 마음이 마음을 보는 것이고,
지금 여기에서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린다면 들리는 모든 소리는 모두 마음이 마음을 듣는 것이며,
지금 여기서 감정이 일어난다면 마음이 마음을 일으킨 것이며, 지금여기에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면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은 마음이 마음으로써 마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눈앞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드러나는 이 세상 이 모든 것은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제각각 분리 분별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모습이 제각각 전부 다 다르기 때문에 모양에 의해서
따로따로 분리 분별되어 독립적으로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세상 이 모든 것들의 출발점과
종착점, 그리고 출발점과 도착점 그 사이의 모든 과정이 바로 이 마음 하나의 작용입니다.
정신적 물질적 현상세계인 이 세상 이 모든 것의 본래 고향은 바로 눈앞 지금 이 순간 직면하고 있는
여기 이 자리의 현전(現前 ) 이것, 실재(實在, reality)입니다. 이것이 모습을 여러가지로 달리하며 이
세상 이 모든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묘해서 무엇이라고 말할 게 없어 텅~비었지만,
이 세상 이 모든 것이 이 일, 이것 하나이기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없지만 있고 있지만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있지만 모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모든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 이 모든
것이 동등하고 평등한 이것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어떤 물건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 이 모든 것은 그저 빛의 간섭무늬들의 춤이고, 빛들의 유희와 같은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런 말 또한 고정된 무엇이 아닙니다. 춤추는 빛의 간섭무늬, 빛들의 유희, 흔들리는 물결
또한 그런 말에 해당하는 무엇이라고 분별할 수 있는 사물이 있다고 분별해서 생각한다면 이 말이 가리키
는 진실, 실재를 모르는 것입니다. 당장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어떤 마음, 생각, 말, 감정, 사물,
소리, 맛, 냄새가 생겨나더라도 그 각각이 바로 이 텅~빈 바탕 이 세상 전체로서의 순수진공의식, 바닥없
는 마음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닫는다면 이것이 당장 실재, 진리, 이것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맛이 없는 일미선(一味禪)이고, 향기가 없는 법향(法香)이고, 바닥이 없는 배를 타는 것이며, 돌로
만든 돌여인이 아기를 낳는 소식이며, 돌로 만든 돌사자가 포효하는 소식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서 당장 맛을 보십시오. 이 아무런 맛도 이름도 없는 이것으로 돌이키십시오. 온갖 부처가
이것이고, 모든 걸출한 선사들이 바로 이것일 뿐이며, 내가 이것이고, 나 아닌 것들이 모두 이것뿐 입니다.
이것, 눈앞 지금 이 순간 이 자리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 자리 여기에서 이
세상 이 모든 것이 다 드러나 있습니다. 없는 일조차 이것을 떠나있지 않습니다.
- 릴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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