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촌 살인사건, 목격자가 나타났다
정철운 기자 입력 2017.04.08. 17:39
SBS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 “살인사건 당시 목격자 인터뷰했다”…박근혜 구속되며 살인사건 진실 드러날지 주목
2011년 9월6일 새벽. 끔찍한 광경이었다. 변사체 주변은 피가 낭자했다. 문을 열고 차량에서 도망가려던 흔적이 있었다. 사망자는 박용철. 캐나다 국적이었다. 그리고 박근혜의 5촌 조카였다. 100kg이 넘는 거구는 칼로 여덟 번 찔렸다. 자창이 특이했다. 찌른 후에 손목을 비트는 식이었다. 전문 칼잡이 솜씨였다. 망치로도 세 번 맞았다. 항거불능 상태가 됐을 때 머리에 가한 손상이었다. 잔인했다. 몸에선 졸피뎀·디아제팜이 검출됐다. 수면유도제인 졸피뎀 농도는 0.52mg/L, 독성농도 범위였다.
유력한 살인범은 차량에 동승한 박근혜 5촌 조카 박용수였다. 박용수는 목을 매 숨져있었다. 그에게서도 졸피뎀이 나왔다. 그의 죽음도 의문으로 가득했다. 박용철 사망 장소에서 3km나 떨어진 곳까지 가서 자살했다. 2시간 이상 어두운 길을 혼자 걸어간 것이다. 유서에는 화장해달라는 내용만 담겨있었다. 자살을 앞둔 사람이 자신의 시신만 걱정한 것이다. 그는 죽기 직전 설사약을 먹었다. 왜 죽으러 가면서 설사약을 먹었을까. 지인에 따르면 그는 죽기 직전까지 임플란트를 알아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를 입수한 시사인은 박용수의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결론 낸 이 사건의 의혹들을 2012년 대선 직전 보도했다. 곧이어 박지만이 시사인 기자 등을 고소하며 소송이 시작됐다. 변호인단은 박용철·박용수가 죽기 직전 같이 술을 마셨다는 스텝바를 조사했다. 강남구청에 문의했다.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박용철 경호원이자 스텝바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고 증언했던 핵심인물 황선웅은 2012년 9월 라면을 먹다 천식으로 사망했다. 사건의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았다.
박용철의 휴대전화는 사망 직전 두 대였지만 한 대가 돌아오지 않았다. 박용철의 부인 이아무개씨는 시사인 최근호 인터뷰에서 “휴대전화가 두 개 있다는 걸 형사가 먼저 얘기했다. 통화 내역 등 조사가 끝나면 가족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는데 하나(갤럭시탭)만 돌려주고 나머지 한 개는 분실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그 말을 해준 형사는 그 상황을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경찰이 사건을 빨리 덮으려고만 했다. 가족들에게는 하나도 (관련) 자료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사건 당일 박용철의 통화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이씨는 “남편과 박용수씨는 사이좋은 사촌이었다”고 덧붙였으며 “이 살인 사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황선웅씨였고, 그 다음이 주비서였다”고 밝혔다. 신동욱-박지만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바 있던 박지만의 전직 수행비서 주아무개는 SBS에서 지난해 말 ‘그것이 알고 싶다’ 5촌 살인사건 편이 나온 직후인 올해 1월1일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이후 박용철은 박지만에게 토사구팽 당했다. 이후 박용철은 신동욱을 명예훼손 무죄로 만들어줄 녹음파일이 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2010년 9월1일 “(박지만 측근) 정용희 비서실장이 내게 박지만 회장의 뜻이라고 녹음한 핸드폰이 있다”고 밝혔다. 남오연 변호사는 “(박용철이) 녹음테이프와 돈을 가지고 박지만과 협상하고 있었다. 그는 20억을 요구했다고 했다. (협상을 위해) 맛보기로 법정에서 진술을 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신동욱은 박용철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리고 그는 9월27일로 예정된 법정 증언을 20일 앞둔 2011년 9월6일 사망했다.
이와 관련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1년 전 이미 조카 박용철씨에 대한 살인청부를 받았다는 증언이 등장했다. 지난 2월 방송된 JTBC ‘스포트라이트’에서 본인을 3차 육영사태(2010년) 가담자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2010년 육영재단 인근에서 재단 핵심관계자 A씨가 부탁을 했다. 박용철 저 놈을 혼냈으면 좋겠는데 혼내줄 수 있느냐고 했고 나는 사람 죽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말미에는 한 익명의 제보자가 등장했다. “차에서 그러는 거야. 실장님 나 어떡하지. 형을 죽여야 될 거 같아. … 어떤 형은 어떤 형이야 용철이 형이지. 내가 그쪽으로 줄을 서면 나는 이제 이 거지 같은 옷은 다 벗고 나도 양복 입어 이러는 거야. … ‘누가 죽이래?’ 내가 그랬어. XXX가.” 제보자에게 이렇게 말했던 남성은 살인사건 직후 행방불명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후속편이 방송된다면 당시 이 남성과 관련된 내용이 추가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사건 당일, 박용수는 자살을 위해 북한산 용암문 입구를 지나쳐야 했다. 그곳에는 카운팅 기계가 있었는데, 박용수가 지나간 시간대로 추정되는 새벽 5시부터 5시59분 사이 카운팅 기계에는 3명이 찍혀있었다. 최근 SBS 제작진이 만난 목격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는 이 카운팅 기계에 찍힌 3명을 두 눈으로 직접 봤을지 모른다. 그리고 박용수가 아닌 제3자가 이 살인사건을 기획했다면, 검찰은 ‘기획자’를 찾아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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