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상의성(相依性)과 인류 정신문명의 기축시대
2012-03-28, 한겨레저널 <김대원칼럼>
비교 종교학의 창시자인 막스 뮬러는 '한 종교만 아는 사람은 종교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라는 말을 했다. 종교의 핵심을 꼭 집어서 잘 표현 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인류문명은 지난 4 천년 동안 수많은 전쟁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진화되어 왔다.
종교는 하나의 민족이 나서 성장하면서 자라 온 토양과 자연환경 그리고 정치 사회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태어난 종합적인 문화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분명 종교에는 인간 상호간의 교섭과 서로간의 문화의 교류가 이루어 졌을 것이다. 성경에 그리 자주 거론되는 가나안 원주민의 예를 들어보더라도 그들은 이미 주전 3000년 경 고도의 철기문명을 가지고 중동의 여러 나라와 소아시아 그리고 팔레스타인과 바빌로니아를 침략하고 식민지화해 나갔다.
구약성서의 창세기 편에 나오는 천지창조 이야기와 수메르 신화 그리고 수메르인들을 밀어내고 다시 메소포타미아의 주인이 된 아카드인과 그 다음으로 갈데아 우르의 지배자가 된 아모르인들이 건립한 구 바빌로니아 신화에는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홍수 이야기가 등장한다.
또한 바빌로니아 신화와 가나안 인들이 섬기던 바알(Baal) 신앙의 설화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바알 신앙은 주전 13세기에 이집트에서도 유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후에 그리스의 제우스 신으로 둔갑해 버린다. 이렇게 문화와 종교는 서로 상즉상입(相卽相入)하면서 진화 해 온 것이다. 유일신을 창조 한 유대인들은 이런 저런 설화들을 모두 종합해서 주전 6세기경에 예레미아 선지자와 에즈켈 선지자를 주축으로 비로소 자신들만의 야훼(YHWH)를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 즉 궁극적 초월성의 유일한 상징으로 정착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문화의 상의성 이라고 표현하고자 한다.
로마제국의 역사를 보면 그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의 연합군에 패하여 피난 온 아이네이아스의 후손이라고 한다.
힌두교를 창시한 아리아 인 역시 그들은 원래 코카서스 지방에서 유래해서 인도를 점령 한 후 인도 토착민들의 문화와 종교를 흡수 통합하면서 삼투압의 과정을 통해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AD 87년 인도로부터 불교를 들여와서 중국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도교와 융합의 과정을 통해 중국의 종교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이제부터 서양인들의 정신세계를 줄 곧 지배 해 온 신의 본질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서양의 역사는 지난 2 천년간 신의 존재증명의 역사라고 말 할 수 있다. 신의 존재증명을 뒷받침하는 철학적인 논리가 전개 된 시기는 사가(史家)들이 흔히 기축시대(Axial age)라고 하는 기원전 6세기경이다.
이 시기는 인류문명의 개화기라고 말 할 수 있다. 석가모니를 비롯해서 동양의 노자 공자 그리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예레미아 선지자 모두 그 때에 활동하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신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연구하여 증명한 민족은 그리스인들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인간의 행동을 바로잡는 역할을 유대인은 종교에 맡겼고 그리스인은 철학에 그리고 로마인은 법률에 맡겼다는 의미 심장한 말을 했다. 그 만큼 헬라인(그리스인)들은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서 眞理의 世界에 도달 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철학은 곧 우리가 인간임을 확인시키는 유일한 학문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미국 발 금융위기로 촉발 된 유럽의 재정 위기를 피해가지 못하고 유럽 최초로 국가 부도사태를 맞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철학은 일단 가난해야 깊은 사고를 끌어 낼 수 있으니까. 인류 최초로 신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증명 해 보인 사람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인 피티고라스(BC 580-500)이다. 그는 만물은 수(數)로 이루어졌다고 정의했다.
즉 만물은 각기 자기의 고유 영역이 있다는 말이다. 점은 하나로 선은 둘로, 평방은 셋으로 입체는 넷으로. 음의 구성을 보면 8음계가 가장 아름다우며 또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8등신 인 것이다. 또 그는 모든 숫자의 합은 원이며 원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지만 우리가 하늘을 보는 것과 같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별과 달, 그리고 해 모두 원을 그리며 돌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제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는 우리 인간의 영혼도 반드시 원을 그리며 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윤회설을 믿었다. 그것을 그는 신이 만든 법칙이라고 말했다. 하늘의 별뿐만 아니라 우주만물 모두가 질서와 법칙을 가지고 있으며 이렇게 조화가 이루어진 세계를 코스모스(Cosmos-조화가 이룩된 세계)라고 표현했다.
파타고라스 학파의 최종 목표는 태어나고 죽는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영원한 생명(Eternal life)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 사상은 후에 영혼과 육체는 분리된다는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결국 생명존중 사상을 낳게 되고 우주가 곧 나라는 우아일여(宇我一如)사상을 낳게 된다.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 할 수 있는가? 신의 실체를 가장 선명하게 인식시켜 준 철학자는 신플라톤주의 창시장인 플라티노스(BC 269-204) 이다. 플라티노스는 신을 일자(一者, oneness)라고 했다. 신은 원인 없는 첫 번째 원인이며 우주 만물은 신으로부터 흘러나왔다고 주장했다. 플로티노스는 신에게서 정신이 먼저 흘러나왔다고 한다. 마치 구약성서 창세기의 1장 3절에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다' 라고 하는 대목을 연상하게 한다.
<게인스빌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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