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최순실, 삼성 요구로 '코어→비덱'으로 이름 바꿔"

장백산-1 2017. 7. 5. 19:23

뉴시스

"최순실, 삼성 요구로 '코어→비덱'으로 이름 바꿔"

강진아 입력 2017.07.05. 18:12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 증인 신문
삼성 독일계좌, 거래정황 비춰 최씨 요구로 개설
"안종범 · 최순실 관계 밀접···崔, 두렵다는 생각도"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정농단 사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07.05.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최순실(61)씨가 독일 현지에 설립한 코어스포츠의 이름을 비덱스포츠로 바꾼 것은 삼성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5명의 뇌물공여 혐의 36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상화(55)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은 "최순실씨로부터 '저쪽에서 글로벌에 맞지 않다며 이름을 변경하라'고 했다고 들었다"며 "저쪽을 삼성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법인장은 최숭실씨가 법인 이름을 새로 알아봐 달라고 해 명단을 건넸지만 쓰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삼성이 추천한 비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인 이사를 통해 작명회사로부터 받은 리스트를 최순실씨에게 전달했다"며 "최순실씨는 제가 전달한 이름은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검이 "최순실씨가 삼성이 '비덱'으로 하라고 했다고 하지 않았냐"고 묻자, 이 전 법인장은 "그쪽이라고 표현했지만 (그쪽이 삼성이라고) 이해했다"고 답했다.

또 삼성이 독일 KEB하나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것은 최순실씨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정황도 나왔다. 이 전 법인장은 2015년 8월 코어스포츠 계좌 개설 당시 최순실씨에게 삼성전자가 코어스포츠 후원금을 지급한다고 들었고, 그해 9월 은행 부하직원에게 말 구입대금 등 목적으로 삼성이 계좌를 개설했다고 보고 받았다고 진술했다.

특검이 "삼성은 독일 하나은행과 거래하지 않아 최순실씨 요구가 없으면 계좌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하자, 그는 "그렇다"며 "최순실씨 요구인 건 몰랐다. 사후적으로 개설 목적이 말, 차량 구입이라고 보고 받았고 거래 정황을 봤을 때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전 독일법인장은 최순실씨가 독일 호텔 매입자금이 부족해 상의했을 때 삼성 계좌 돈을 정기예금으로 전환해 담보 대출을 받는 방안 등을 최씨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전 법인장은 "삼성전자하고 코어스포츠가 비즈니스 목적이 일치하고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줄 알고 충분히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최순실씨는 좋은 아이디어처럼 받아들이면서 그쪽(삼성)에 말해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 측이 제3자 담보제공은 공시 등 외부 노출 문제가 있어 거절했다고 최순실씨에게 들었다"며 "최순실씨는 이후 코어스포츠 명의로 예금담보대출을 받았는데 그쪽(삼성)이 안좋아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정농단 사건' 최순실 씨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7차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07.05. photocdj@newsis.com

이상화 전 법인장은 하나은행 내부에서 결정한 유럽통합본부 설치가 보류되는 것을 보고 최순실씨의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진술했다.

이상화 전 법인장은 최순이 씨에게 유럽통합본부 설치를 말하자 '본부를 독일에 세우고 (이상화가) 본부장이 되면 되겠다'고 했고, 이후 이상화 전 법인장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전 법인장은 "며칠 후 최씨가 은행에 왔을 때 안 전 수석 전화가 온 걸 알려줬고, 최씨는 알았다는 듯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굉장히 밀접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최씨를) 조심하면서 두렵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특검이 "안 전 수석이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을 통해 유럽통합본부를 보류시킨 것을 아냐"고 묻자, 그는 "당시엔 저희 법인 등이 의견을 개진해 보류된 줄 알았는데 사후적으로 그렇게 알게 됐다"고 답했다.

최씨 요구에 의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연락해 이 전 법인장의 본부장 발령을 낸 것도 사후에 알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엔 외환 쪽 인재가 필요해선 줄 알았는데 최씨 계획하에 영향력이 행사된 걸로 생각된다"며 "본인의 계산 아래 해외 인맥 등 저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 요구로 유재경 전 미얀마 대사와 김인식 전 코이카 이사장을 추천한 사실도 인정했다.

ak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