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마음
저녁을 잘 먹고 찻집 이야기를 하다가 신도들과 투닥거리다가 올라왔습니다. 3시간 전까지 마음이 힘들 때 어떻게 명상으로 극복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신나게 스터디를 하고 난 이후입니다. 내일 또 그 내용으로 수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제 기분이 좀 불편합니다. 명상으로 수업을 안내해야 할 사람이 이래서 되나? 부끄러워서 수업을 그만둘까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며, 신도님들에게서 주어진 소임이고 역할이기에 그만 둘 수도 없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다시 신도님들 앞에 서야 합니다. 이런 제 자신이 참 안쓰러울 때가 많습니다. 신도님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스님이 되고 싶습니다. 늘 친절하고 고요하고 밝은 마음이길 원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어 고민하는 분들에게 지혜로운 길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제 자신을 보면 제 앞길도 잘 보이질 않습니다. 아침이면 이 길이 옳은 것 같은데 저녁이 되면 다른 길로 와버린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 내는 부끄러운 일상 돌아보면
부족함 많은 자신을 발견 수행으로 평정심 찾아야
아까는 왜 그랬을까 돌이켜 봅니다. 사실 누구한테 말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사소한 일입니다. “내일 창문에 안내문을 써 붙이면 좋겠어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그냥 이 말대로라면 아무런 감정에 동요가 일어날 수 없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에 저 밑바닥에는 다른 뿌리가 닿아 있었습니다. 왜 내가 하자는데 바로 ‘그렇게 할게요’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나를 무시하는건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그분은 그런 마음으로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 스스로가 그 마음에 대한 집착이 크다보니 순간적으로 짜증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곤 더 강하게 주장을 했습니다. 그분은 당황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저 혼자 그러고 올라와서 그때 나의 행동을 돌아보니 참 한심하고 부끄럽습니다. 제가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아직도 큰가 봅니다. 매번 ‘금강경’을 읽으며 “나라고 하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외우지만 정작 내가 불편해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금강경’이 삶 속에 녹아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행동과 생각에는 오랜 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습관이 배어 있습니다. 이 업식이 상황을 만나면 그대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이 상황이 나의 업식을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업식은 금방 다시 숨어버리기 때문입니다.
30분 전에는 이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오직 부끄러움만 남아 있습니다. 30분 전과 지금의 저는 너무나 다른 마음에 있습니다. 어느 것이 나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어떤 마음의 불편함을 만났을 때에 30분만 견딜 수 있다면 그 마음을 항복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하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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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스님 행복공감평생교육원장 whyharim@hanmail.net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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