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으로 위장해 군함도 내부 촬영했죠"
부산/권경훈 기자 입력 2017.08.16. 03:07 수정 2017.08.16. 11:13
"일본뿐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에도 군함도 같은 역사적 상처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부산 남구 대연동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6층 기획전시실에서 '군함도-미쓰비시 쿤칸지마' 전시회를 열고 있는 사진작가 이재갑(51)씨. 지금까지 일본 군함도 내부를 촬영한 유일한 한국 사진작가로 알려진 그는 15일 "일제강점기에 일본 재벌 미쓰비시가 한국인들을 강제 동원했다. 이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군함도를 언급할 땐 '미쓰비시 쿤칸지마(군함도)'라는 단어를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 관련 논문 작업을 하던 1996년 나가사키에 있는 군함도를 처음 알게 됐다. 그에게 군함도는 조선인 강제 징용이라는 민족의 상처를 이해하는 하나의 매개체였다. 이씨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강제 징용과 태평양전쟁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군함도는 당연히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곳이었다.
이씨는 "2008년 처음 군함도에 들어갈 땐 새벽에 낚시꾼으로 위장했다. 외부인 침입을 감시하는 일본 행정선이 나타나기 전에 몰래 사진을 찍어야 했다"면서 "위험했지만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인 숙소엔 파도칠 때마다 바닷물이 들어왔다. 위생 상태도 엉망이었던 것으로 보였다"면서 "그 모습이 너무 처참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당시 일본인 기무라 히데토(73)씨가 이씨와 함께 군함도에 들어가 조명을 비춰주는 등 촬영을 도왔다. 기무라씨는 재일 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기무라씨는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흔적을 찾아다닐 때마다 날 도와준 동지"라고 했다. 이씨는 최근 개봉한 영화 '군함도' 촬영팀에 정보를 주기도 했다.
이씨는 "역사는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나눠야 한다"면서 "제 사진을 본 사람들이 일제 강제 징용 희생·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조금이라도 알고 기억하며 나눌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씨가 찍은 40여 점의 군함도 사진, 군함도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한 한국인 종업원들이 기록된 명부 원본 등의 자료는 오는 11월 30일까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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