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언어인들 선(禪)이 아니겠으며, 어떤 법(法)인들 도(道)가 아니랴.
[분별지(分別知)와 언어(言語)를 버림은 초보자의 수행 경지]
어떤 사람이 내게 말하기를
“그대가 참구하는 禪은 分別이니 言語를 멀리해 잊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데
그럼에도 그대는 어째서 세제(世諦, 세속)의 言語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가.
그리해서 어느 곳에서 참선의 위대함을 취하겠는가” 라고 하기에 나는 말하였다.
“그렇지가 않다네, 거위가 꺽꺽 울고 까치가 지저귀는 소리가 모두 저마다 타고난
천기(天機, 우주의 기틀, 근본성품, 우주대도, 참나, 텅~빈 바탕 진공의식)에서 스스로
움직인 것이며, 개미들이 무더기로 떼로 모이고 벌들이 꽃을 찾아 노니는 것이 모두
신령(神靈)스러운 이치(理致)로 귀결(歸結)된다네.
우 대자연의 운행 이치가 이와 같다면 사람이나 동물들의 어떤 言語인들 선(禪)이 아니겠으며,
어떤 법(法, 어떤 존재, 어떤 것, 어떤 현상)이라고 한들 道가 아니랴.
하물며 분별지(分別知)를 버리고 주관적(主觀的)인 회포를 잊어버림이
어찌 참선 수행으로 들어가는 초보자의 수행 경지가 아니라고 하랴.
또한 禪은 ‘나’라는 것이 있다고 여기는 妄想, 妄心, 아상(我相), 아집(我執)이
이 세상 모든 존재의 근본성품, 즉 본성(本性)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아상 아집에서
벗어남으로써 禪의 경지에 도달함이겠느냐.
老子는 이러한 禪의 경지에 먼저 올랐던 것이다. 가령 세상을 하루살이처럼 여겨서
하루살이 같은 이 세상을 희롱한다면 더욱이 이것으로써 낙토(樂土)로 삼아야 한다.
- 감산대사 著 송찬우 譯 <노자 그 불교적 이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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