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세 걸음 뒤로 세 걸음 ?
어떤 상인이 장사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한 스님과 함께 걷게 되었다 적막한 산길을 말동무 삼아 걸으면서 스님이 상인에게 말했다 "이렇게 함께 길을 가는 것도 큰 인연이니 내 그대에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의 말을 일러 주리라"
"지혜 말입니까?" "그렇소!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날 때는 꼭 내가 하는 이 말을 생각한 후에 행동 하시오"
"대체 무슨 말입니까?"
"앞으로 세 걸음 걸으며 생각하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나 생각하라 성이 날 때는 반드시 이 말을 생각하시오. 그러면 큰 화를 면할 것이오"
상인은 그 스님과 헤어져 스님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사뭇 밤이 깊었다 그런데 방문 앞에 웬 신발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하나는 아내의 신발 다른 하나는 하얀 남자 고무신이었다 창에 구멍을 내고 들여다 보니 아내는 까까머리 중을 꼬옥 껴안고 잠이 들어 있었다
상인은 화가 불같이 치밀어 올랐다. 아무 생각없이 부엌으로 가서 식칼을 가지고 뛰어 나왔다. 막 방문을 열고 들어서려는 순간 스님의 말이 생각났다
상인이 씨근덕거리며 스님이 들려준 그 말을 소리내 외면서 마당을 왔다 갔다 하는 소리에 그의 아내가 깨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서 남편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윽고 중도 뒤따라 나오며 "형부!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까까머리 중은 바로 상인의 처제, 상인 아내의 여동생이였던 것이다
상인은 칼을 땅바닥에 내던지며 스님이 들려 준 말을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외쳤다 앞으로 세 걸음 걸으며 생각하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나 생각하라
- 좋은글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