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통하라 / 임제 선사
이 세상 모든 것, 우주삼라만상만물은 오로지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일체유심조).
그러므로 만들어져 나오는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가 마음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색깔과 모양이 모두 마음이고, 귀 앞에 나타나는 소리가 모두 마음이고, 코 앞에
출현하는 냄새가 모두 마음이고, 혀 위에 느껴지는 맛이 모두 마음이고, 손에 잡혀지는 촉감이 모두
마음이고, 의식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온갖 대상 경계가 모두 마음이고, 아는 것도 마음이고, 모르는
것도 마음이고, 알려지는 것도 마음이고, 알려지지 않는 것도 마음이다.
그러므로 마음에 통하면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대상 경계에 다 통하게 되어 막힘이 없지만, 마음에
통하지 못하면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대상 경계에 어둡고 모든 대상 경계에 가로막히게 된다.
마음에는 어떻게 통하는가? 마음은 어떠한 모양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모양에 의지하거나
모양을 통해서는 마음에 통할 수가 없다. 오직 마음 홀로 밝다고 말하지만, 홀로 밝은 마음은 어떤
모양이 아니다. 마음은 오히려 이미 미리 정해진 어떤 모양이 아니기 때문에 홀로 밝을 수가 있어서,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어떤 대상 경계가 마음에 다가와도 마음은 밝은 거울처럼 그 모든 대상 경계를
모조리 밝게 비춰주기 때문에 조금의 의심도 없다.
홀로 밝은 마음의 빛이 모든 대상 경계를 밝게 비춰주지 않으면 이 세상 어떤 대상 경계도 이 세상에
드러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대상 경계는 마음의 힘에 의하여 드러나고 나타난다. 즉 볼 줄 아는 것이 마음
이요, 들을 줄 아는 것이 마음이요, 냄새 맡을 줄 아는 것이 마음이요, 맛을 볼 줄 아는 것이 마음이요,
촉감을 느낄 줄 아는 것이 마음이요, 의식을 할 줄 아는 것이 마음이다.
그러나 마음이라는 이름에 해당하는 정해진 그 무엇은 결코 없다. 정해진 그 무엇을 두고 마음이라고
일컫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의식적 의도적으로 생각으로 헤아려 판단하거나 해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마음은 무엇이다라고 안다고 말하기 보다는 마음에 통한다는 말이 보다 적절한 말이다.
모양이 없는 마음에 통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막힘없이 탁트여 있어야 한다. 따라서 마음을 허공과
같다고도 말한다. 마음은 허공처럼 크기도 없고 사발팔방시방의 방향이 없이 허허공공해서 막힘없이
모든 것과 통하는 것이다. 마음은 모든 것에 막힘없이 통하여 그 모든 것과 동시에 더불어 일어나고
동시에 더불어 사라지는 것이 바로 마음이다.
그러므로 마음과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대상 경계는 서로서로 둘이 아닌 분리불가한 하나라고도 할 수
없는 하나이며, 한 순간 하나의 대상 경계에서도 마음은 대상 경계와 절대로 끊어질 수가 없다. 마음은
일어나고 사라지는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대상 경계와 동시에 함께 일어나고 동시에 함께 사라지지만,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대상 경계가 곧 마음은 아니다.
그러므로 마음과 통하는 일은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대상 경계 위에서 발생하지만, 마음이 모든 대상
경계의 형태로 파악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대상 경계를 형태 모양으로 파악하는 분별하는 망상, 정식
(情識)에 구속되지만 않는다면, 마음은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이렇게 드러나 막힘없이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대상 경계와 통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이렇게 조용히 글을 읽거나, 소리 내어 말을 하거나, 고요히 생각하거나,
아무 일이나 생각도 하지 않고 있거나, 어떤 종류의 다양한 대상 경계 속에서도 마음은 조금의 차별도
없이 동일하게 이 모든 것들과 통하고 있다. 이렇게 막힘없이 차별없이 동등하게 통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이런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대상 경계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이자리에 이렇게 드러나고 나타나지 못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숨을 쉬고 심장이 맥박을 뛰면서 글을 읽는 여기 이 자리에서 마음에 통하면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대상 경계에 구속되는 분별하는 마음, 망상, 번뇌에서 자유롭게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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