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 비어서 아무 것도 없다
꿈속에서는 분명하고 분명하게 여섯 종류의 삶이 있으나
꿈을 깨고 나면 텅 비고 텅 비어서 온 우주가 아무것도 없네.
夢裏明明有六趣 覺後空空無大千
몽이명명유육취 교후공공무대천
- 증도가 -
불교에서 하는 말에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꿈과 현실의 관계가 미혹과 깨달음의 관계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꿈속에서 꿈을 꿀 때 모든 사물과 사건들이 현실과 조금도 다름없이 그대로 다 있다.
그래서 잠속에서 꿈을 꾸는 동안은 그 꿈이 전혀 꿈인 줄 모르고 생활한다. 그러다 꿈을 깨고 난 뒤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그 때서야 그 꿈이 비로소 꿈인 줄 안다. 꿈을 깨고 난 뒤 꿈속에서 보았던 모든
사람이나 사물이나 겪었던 일들을 돌아보면 지금 여기에 남아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런 꿈과 같이 사람들이 살며 생활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하는 이 현실세계도 깨달은 사람들의 의식
에서 볼 때는 미혹(迷惑 꿈속에서 방황하는 어리석은)의 삶이기 때문에, 이 현실세계도 사람들이 보는
것처럼 그렇게 영원불변하는 독립적인 고정된 실체로 버젓이 있는 모양이 아닌 것이다. 이 현실세계는
영원불변하는 독립적인 고정된 실체가 없는 꿈, 허깨비, 신기루, 물거품, 그림자, 번게, 이슬 같은 허망한
것이다. 위 게송에서 여섯 갈래의 삶의 양상들, 즉 여섯 종류의 세계(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아수라도,
인간도, 천상도)가 너무도 분명하게 존재하지마는, 미혹에서 깨어나면 텅~비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깨닫고 나면 아무 것도 없는 것은 당연하며, 또한 무슨 일이나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사실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아도 아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현실속에서나
꿈속에서나 꿈을 꾸는 그 당체(當體)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꿈을 꾸는 능력과 꿈을 꾸는 사람의
의식과 꿈은 도대체 그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점을 깊이 사유해 봐야 할 일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②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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