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라는 놀이 개념이라는 놀이에서 벗어나라
인간이 사용하는 말(言)과 개념(槪念)은 실재(實在)가 아닙니다. 길을 가리켜주는 이정표나 지도가
실제 지형 지물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흔히 말과 개념을 이해하는 것으로
실재를 포착할 수 있다는 착각(錯覺)을 합니다. 그런 착각은 이정표와 지도를 이해한 것만으로 목
적지에 도착했다는 망상(妄想)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창 밖에 보이는 산을 ‘금정산’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그 이름과 개념이 그것의
본질은 아닙니다. 그것은 매순간순간 변화합니다. 아침, 점심, 저녁은 물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그것은 동일한 그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그저 ‘금정산’이라 추상화(抽象畵)합니다.
말이나 개념의 추상화 능력은 사람 사이에 소통의 편리, 효율성을 위한 방편(方便)에 불과합니다.
언어나 개념이라는 방편은 마치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쌀을 항상 가지고 다니기 어려워 돈을 대신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말과 개념이라는 방편이 편리하기는 한데 그것이 곧 실재는 아닙니다.
배가 고프다고 돈을 밥 대신 먹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 세상 모든 현상은 단 한 순간도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계속해서 변해갑니다. 말과 개념이라는 방편은 이 세상 모든 현상의 끝없는 변화를
고정된 형상으로 박제화 시키는 수단입니다.
실재(實在)는 살아있지만 말과 개념은 이미 죽은 것입니다. 죽은 것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실재(實在)를 깨닫고 싶다면 말의 중독 개념의 중독에서 잠시 벗어나 보십시오. 더 이상 말과 개념에
의지하지 않으면, 입을 벌릴 수 없고 생각을 움직일 수 없을 것입니다. 한 동안은 몹시도 답답하고
불편한 상황 속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실재적 진실에 대한 열망이 없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말과 개념 속으로 굴러 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십시오. 말할 수 없고 생각할 수 없는 혼돈과 불안, 불확실함과 모호함을 온몸으로
감내해보십시오. 쑥과 마늘만 먹으며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 들어앉은 곰처럼 말입니다.
어떻게도 예측할 수 없고, 규정할 수 없는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만 온전히 머물러 있어
보십시오. 깨어서, 알아차리고, 쉬고, 비우고, 내려놓으십시오.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지독한 말의
중독 개념의 중독에서 한 번 벗어나야 말 이전 개념 이전에 생생하게 역동적으로 살아있는 실재,
펄떡펄떡 약동하는 생명, 본래부터 이미 완전하게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눈으로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앎과 모름 이전 그 자리, 눈앞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현전,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무엇이 있습니다.
- 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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