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시민민주주의

양당 나눠 먹기 기초의회, 4인 선거구로 고쳐야

장백산-1 2018. 1. 28. 23:38

[사설]

양당 나눠 먹기 기초의회, 4인 선거구로 고쳐야

입력 2018.01.28. 21:14


[경향신문] 

2014년 서울 은평구 기초의원 8개 선거구 중 3곳에서 당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2명만 출마해 투표 없이 당선됐다. 해당 선거구 유권자들은 후보 자질과 능력, 공약 등을 살펴보고 자신들의 대표를 선택할 기회를 잃었다. 현 공직선거법은 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2명만 뽑는 선거구가 대부분이다. 2014년 지방선거의 경우 전국 1034개 자치구 · 시 ·군의회 지역구 중에서 2인 선거구는 612개(59.2%), 3인 선거구는 393개(38%)였다. 하지만 4인 선거구는 29개(2.8%)에 불과했다.

2인 선거구제는 거대 정당이 기초의회를 독점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3~4인 선거구에서는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동반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4년 전 선거에선 기초의회 지역구 당선자 87%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서울의 경우 양당 소속이 아닌 의원은 366명 중 단 4명뿐이었다. 양대 정당 외의 정치 지망생들은 아예 출마를 포기하기 때문에 무투표 당선도 흔하다. 기초의원 선거구는 광역의회에서 조례로 정한다. 2005년 대표성 결여와 과도한 선거비용 등을 이유로 지금의 2인 기초의원 선거구제로 쪼개 버렸다.

거대 양당의 독점체제는 지방의회를 민심의 사각지대로 만들었다. 소수 정당과 정치 신인들의 의회 진출은 어려워지고, 지방자치의 다양성은 위축됐다. 거대 양당의 공천만 받으면 범죄자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기초의회는 지역민의 이해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선거조직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방의회를 특정 정당이 장악해버린 곳에서는 아예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

최근 서울시 선거구획정위는 2인 선거구로 잘게 쪼개진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다시 합치는 선거구 획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실력으로 저지하라”며 강력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반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당이 4인 선거구제 부활에 반대하는 건 양당의 기득권 지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방정치에 다양성을 확보하고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자는 데 반대할 까닭이 없다. 풀뿌리정치의 가장 기본단위인 기초의회가 제 역할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지방분권은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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