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한자리 줄거야'.. 언론사 사장의 비참한 운명
입력 2018.02.08. 18:16 수정 2018.02.08. 19:56
공기업 사장 가려고 브로커에 수억 건네
브로커에게 돈 뜯어내다가 덜미
[한겨레]
“대구 살리기와 정권 재창출을 이루는데 일등 공신이 되겠다.”
2012년 1월 언론사 사장 이아무개(59)씨는 이렇게 말하며 19대 총선(2012년 4월11일) 출마 선언을 했다. 이어 당시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2006년부터 사장을 하고 있던 언론사에는 사표를 냈다. 하지만 새누리는 그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중간에 선거를 포기했다. 그해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새누리의 유력한 대선 후보였다.
국회의원이 되지 못한 이씨는 그해 12월 평소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던 홍아무개(49·여)씨를 만났다. 이씨는 홍씨에게 “정부기관 요직이나 공기업 사장 자리로 갈 수 있게 박근혜에게 부탁을 해달라”고 청탁했다. 그러자 홍씨는 “3억원을 주면 박근혜에게 부탁하며 돈을 전달해주겠다”고 답했다. 이씨는 홍씨를 믿고 3억42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언론사 사장을 그만두고 나온 이후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이씨는 카드 대출을 받아 생활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졌다. 2016년 11월에는 카드빚이 1억원까지 불어났다. 그해 11월 이씨는 홍씨를 만나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홍씨는 1억2400만원만 돌려줬다. 화가 난 이씨는 홍씨에게 욕을 하며 “4년 동안 너를 위해 사용한 카드대금과 원금, 이자를 포함해 모두 6억4200만원을 달라. 내가 ○○(조직폭력배 두목 이름)와 친동생처럼 지내는데 말해서 손 좀 봐야겠다”고 협박했다. 겁을 먹은 홍씨는 이씨에게 4억3800만원을 더 줬다.
대구지법 형사11단독 김형진 판사는 8일 공갈과 제3자뇌물교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사기와 제3자뇌물취득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홍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 추징금 3억420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사회지도층으로 불리는 언론사 사장을 역임했던 피고인이 오히려 불법에 편승해 공직을 맡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근간인 공정성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면서 “피고인이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후 일정한 직업 없이 상당기간 생활하다가 평정심을 잃은 상태에서 저지른 것으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과 불안, 초조 등을 동반하는 자율신경장애 등의 진단을 받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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