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는 어디에서 들려오는가?
다음은 한국의 유미거사라 칭송받는 백봉(白峯) 김기추(金基秋) 거사가 깨닫고 지은 오도송(悟道頌)입니다
홀연히도 들리나니 종소리는 얼로오노 (홀문종성하처래 忽聞鐘聲何處來)
까마득한 하늘이라 내집안이 분명허이 (요요장천시오가 廖廖長天是吾家)
한입으로 삼천계를 고스란히 삼켰더니 (일구탄진삼천계 一口呑盡三千界)
물은물로 뫼는뫼로 스스로가 밝더구나 (수수산산각자명 水水山山各自明)
첫 두 구절을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홀연히 들려오는 종소리는 어디에서 울려오는가?
고요하고 아득한 저 하늘(허공 虛空)이 바로 나로구나!”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홀연히 들려오는 종소리는 어디에서 울려오는가? 바로 지금 내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를 들어보
십시오. 그 소리들은 어디에서 울려옵니까? 소리가 저 바깥에서, 내 몸 바깥에서 들려온다는 생각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습관들인 분별심(分別心)일 뿐 사실이 아닙니다.
-고요하고 아득한 저 하늘(허공 虛空)이 바로 나로구나!
나는 남과 구분되는 분별되는 하나의 몸이 아니고, 나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하나의 마음이 아니라,
눈앞에 펼쳐진 허공(虛空) 전체(全切), 즉 온 우주가 바로 모양 없는 본래의 나, 생생히 살아있는 생명
이자 의식으로서의 진정한 나 자신입니다. 들려오는 모든 소리, 울려오는 모든 소리는 바로 눈앞에 펼
쳐진 허공(虛空), 눈앞에 생생히 살아있는 생명(生命), 눈앞에 생생히 활동하는 의식(意識)에서 일어났
다 그곳에서 소멸되는 것입니다.
소리는 오고 가고 나타났다 사라지지만, 소리의 근원, 본래의 나, 진정한 나 자신, 텅~빈 바탕 진공의식,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현전(現前)은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니며 나타나는 것도 아니
고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소리의 근원, 본래의 나는 무시무종으로 불생불멸로 상주불멸로 영원하게
언제나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눈앞에 이와 같이 있습니다.
뒤에 두 구절 “한 입에 온 우주(삼천대천세계)를 몽땅 삼켜버리니,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각각 스스로
분명하더라.”는 말은 이와 같이 온 세상, 온 우주가 본래의 나인 텅~빈 바탕 진공의식 하나, 허공과 같은
근본성품 하나, 영원한 생명 하나,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현전으로 온 세상, 온 우주가 평등한 가
운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차별 분별 구분 구별이 있는 현상세계, 가상현실(假想現實, virtual reality)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음을 노래하는 것입니다.
나와 이 우주 이 세계는 둘이 아닙니다. 내가 곧 이 우주 이 세계이고, 이 우주 이 세계가 곧 나입니다.
이것이 한 입에 온 우주를 몽땅 삼킨 소식입니다. 생각으로 그리 되는 것도 아니요, 수행을 해서 그리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한 분별 망상만 쉬게 되면 본래 그러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나와 이 우주 이 세계가 둘이 아닌 가운데, 그래도 나는 나이고 세계는 세계입니다. 하나에도 머물지
않고, 둘에도 주저앉지 말아야 합니다.
바람결에 한들한들 허공에 떨어지는 벚꽃 잎이 소리 없는 소리의 비밀의 출처를 밝혀주고 있습니다.
향긋하게 풍기는 커피 향기가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이 자리, 본래의 나를 곧장 가리키고 있습니다.
- 홀연히 들려오는 종소리는 어디에서 울려오는가? 아무 말없이 조용히 두 손 모아 합장할 뿐입니다.
- 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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