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는 사람들

장백산-1 2018. 5. 8. 10:53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는 사람들


[문] 너무 당연한 사실조차 색안경을 쓰고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납니다.


[답] 어느 누구도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봐야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소. 그럼 스스로에게 “나는 과연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보고 있는가?”하고 자문해 보시오. 많은 사람들이 대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그렇다고 대답할 거요. 지금 질문하는 사람처럼 만약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본다면 이 세상에 갈등과 대립, 전쟁 같은 것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소.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본다면 이 세상 전체가 사실은 하나일 테니 모든 사람이 보는 바가 일정할 것이고, 그럼 거기에 의견충돌이나 그로 인해 야기되는 갈등과 대립, 전쟁은 애초에 싹도 틀 여지가 없을 거요. 그런데 과연 그렇소? 지금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사람들이 보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보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마다 제각각 보고 싶은 마음대로 제각각의 세상을 그려놓고 보는 거요. 그러면서도 그런 사실을 까마득하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소. 그러면서 자기가 본 세상만이 사실이라고, 자기가 본 세상과 다르게 보는 사람은 틀렸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욱박질르니 갈등이 생기고 대립과 분란,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요.


사람들 누구나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봐야한다는 말에는 당연히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 견해, 내 주장, 내 처지를 앞세운다면, 그리고 심지어 그러한 것들을 앞세우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애시당초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볼 가능성 조차 없는 거요. ‘나’라는 것이 있다고 여겨서 믿는 착각, 즉 왜곡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기 때문에 그렇소.


이런 얘기는 불법(佛法)을 몰라도 조금만 지혜가 열린 사람이라면 이미 알아차리고 스스로 삼가고 조심하면서 지내기도 하오. 하지만 지금 부처님 법을 공부하는 사람은 더 나아가,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본다’고 할 때, 그 ‘본다’라는 말을 좀 더 깊고 진지하게 참구해야 하오. 마음공부 하는 사람이 제일 경계해야 할 일이 ‘본다’는 일이오. ‘내’가 관찰의 주체가 되어 ‘내’ 바깥에 있는 바깥 경계를 관찰의 대상으로 삼고, 관찰의 주체인 나와 관찰의 대상인 그 능소(能所) 사이에서 알음알이, 견해, 지식, 분별심을 굴리면 속류(俗流) 소리를 면할 길이 없다고 했소.


우주삼라만상은 스스로의 성품이 없어서 '하나', 텅~빈 바탕 진공의식, 텅~빈 바탕 순수의식, 본래의 나, 텅~빈 바탕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현전과 단 한 순간도 분리되어 있지 않소. 따라서 텅~빈 한 바탕 거기엔 보는 자, 보이는 대상, 보는 행위가 제각각 따로따로 있을 수 없는 거요. 그렇게 보는 자도 보이는 대상도 보는 행위도 없이 보는 것, 그게 참된 관찰(觀察)이요, 그게 관찰의 진실이오. 때없이 맑은 거울이 그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주듯 그렇게 사람들이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볼 수 있겠는가? 하는 소리요.


[현정선원 법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