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가 이끄는 자유(해탈, 해방)의 길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참모습(실상, 實相)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은 고통의 연속입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을 분리하는 마음 분별하는 마음으로 인한 불안, 분노, 우울감이 늘 어리석은 사람들 곁을 따라다니기 때문입니다. 내 뜻대로 삶이 펼쳐지지 않기 때문에 그 이유를 내 밖에서 찾게 되고 그 결과 남을 탓하고, 세상을 탓을 하며 분노(화)를 냅니다.
반대로 자기 뜻대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면, 스스로 자책하게 되고, 무능력한 자신을 탓하며 우울감에 빠집니다. 분노와 우울은 모두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데서 나온 결과입니다. 결국 사람들의 삶이 고통인 것은 욕구 충족이 안되는 욕구불만 때문입니다. 욕구가 생겨 그 욕구가 충족되면 만족해하지만 욕구는 있는데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삶은 고통입니다.
석가모니가 깨닫고 나서 처음 5명의 제자에게 가르친 가르침이 사성제(四聖諦)입니다. 사성제란 고성제(고통), 집성제(고통의 원인), 멸성제(고통의 소멸), 도성제(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길)로 사성제 중 고성제(苦聖諦)와 집성제(集聖諦)가 바로 삶의 고통과 고통의 원인을 말해주는 내용입니다. 고통은 욕망이 충족되지 않은 삶이 빚어내는 것이고, 고통은 분리 분별되어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는 대상(경계)에 대한 갈애, 즉 욕망과 집착이 뜻대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이러한 사성제의 가르침은 흔한 것이고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불교의 기본입니다. 그래서 분별심을 내려놓아라 집착심을 내려놓으라는 말로 사람들에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곤 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분별심과 집착심을 내려놓는 것을 쉽게 실천하지 못합니다. 생각대로 분별심과 집착심이 쉽게 내려놓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갈망과 애착이 너무 커서 그 사람에 대한 갈망하는 마음 애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그 사람이 나를 영영 떠나버릴 것 같고, 그런 상황을 맞이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지옥과 같은 심정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어떤 성취, 삶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며 나아가지 않는다면 자신은 무능력한 인간인 것 같고, 이 세상에 태어날 필요가 없는 무가치한 존재로 살다가 가는 상황을 맞이할 것 같아 두렵습니다.
이와 같이 사람들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이러저러한 이유와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쉽사리 분별심 집착심을 내려놓지 못합니다. 고통의 원인인 분별심 집착심을 왜 내려놓지 못하는가? 고통을 겪는 원인을 단순히 마음공부에 대한 열의 부족과 강렬한 분별심 집착심으로 돌리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고통의 원인인 분별심 집착심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세상의 참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지혜의 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에 너무도 중요하지만 사성제에서 표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 것이 반야지혜, 즉 삶, 존재, 세상에 대한 지혜입니다.
분별심 집착심이 쉽게 놓여지지 않은 이유는 분별하고 집착하는 경게(대상)이 실재(實在)한다는 관념이 아주 강하기 때문입니다. 또 분별하고 집착하는 대상이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허망한 착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을 분별하여 집착할 수 있는 대상은 영원하지도 않고, 실재하지도 않는 꿈, 허깨비, 신기루,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 같은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사람들 각자 마음의 투영(投影)이어서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며,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이렇게 나타날 원인과 조건(緣)이 어우러져서 이렇게 드러난 것일 뿐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매 순간 새로운 원인과 조건 속에서 생겨나고 소멸하는데 사람들의 생각만이 어떤 대상을 붙잡아서 관념 속에 계속 묶어 둡니다. 어제 보았던 그 사람은 오늘 보는 그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 보는 그 사람은 내일 볼 때의 그 사람이 아닙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사람 중에 당신은 누구를 좋아합니까? 어제의 목표는 오늘의 목표가 아닙니다. 오늘 세운 목표는 내일의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어제, 오늘, 내일의 목표를 생각하는 사람은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 매 순간순간 변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에 어두운 사람만이 특정한 사람, 특정한 목표를 영원한 것으로 착각해서 사람과 목표에 집착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바라는 목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집착하는 대상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찰라찰라 변하기 때문에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나도 너도 그렇고, 세상도 그렇습니다. 매 순간 집착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보면 영원한 것 같지만 이 세상은 본래 순간순간 찰나찰나 변하기 때문에 항상함이 없는 무상(無常)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것을 분별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보면 항상 새롭고 신선한 것이고 새로운 경험의 연속입니다. 어두운 눈으로 보면 세상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 미궁과 같고, 한편으로는 좌절의 연속이지만, 밝은 지혜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이 변함없고, 변함없는 가운데서도 찬란하게 생동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자기 마음의 현현(顯現)이며(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마음에서 드러난 것은 어떤 것도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고, 머물 곳이 없습니다. 모든 분별되어 드러나는 것은 텅~빈 것으로서 이와 같고 이와 같습니다. 마음에 지혜의 등불이 밝게 켜져야 분별 집착하는 어리석은 마음이 잘 보일 것이고 저절로 고통이 고통이 아님을 알 것입니다. 이 세상의 참모습을 밝게 볼 수 있어야 저절로 분별하고 집착하는 어리석은 행위, 즉 분별하고 집착하는 어리석은 생각(마음), 말, 행동이 멈추어지고, 허망한 분별하고 집착하는 마음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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