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고 여기는 어리석음 그리고 '모름'의 자유

'안다'고 여기는 어리석음 그리고 '모름'의 자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미래를 두려워한다. 그런 걱정과 두려움은 자기의 생각으로  만들어 놓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두고, 자신의 생각대로 그렇게 되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걱정할 것은 전혀 없다. 전~혀! 왜 그럴까? 어차피 미래 그건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결코 알 수 없다. 내일 일어날 일이 어찌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것처럼 여기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런 착각이 바로 중생의 어리석은 생각, 즉 중생심(衆生心)이다. 무엇을 안다고 여기는 어리석음!

그렇다! 아이러니 하게도 모르는 것이 어리석음이 아니라, 안다고 여기는 착각이 어리석음이다. 사실 오직 모를뿐 이라는 진실에 온전히 뿌리내리는 것이야말로 참된 지혜다.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과거에 그랬으니 미래에도 그렇겠지 라고 미루어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하나의 짐작일 뿐 진실은 아니다. 과거에는 그랬지만, 미래에는 그렇지 않을 확률도 크지 않은가.

지금 이렇게 애쓰고 노력하고 열심히 살면, 미래에 어떠 어떠한 결과가 있을거야 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러한 삶은 단지 내 생각일 뿐 진실은 아니다. 그런 생각은 곧 내가 ‘안다고 여기는 어리석음’, 착각일 뿐이다.

미래를 안다고 여기고 착각하니까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고 미래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를 열심히 준비하게 되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모든 유위(有爲)의 노력이 전부 ‘안다고 여기는 어리석은 마음’이 만들어낸 허깨비 같은 것이다.

사실 엄밀히 따져 보면, 사람들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 모든 것이 완전히 불완전할 뿐이다. 그렇다면, 미래를 계획하고, 애써 노력하고, 어떻게 되기를 기대하고, 어떤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원하며, 자신이 원하는 특정한 방식대로 미래가 열리기를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큰 어리석은 생각 마음인가? 미래에 대한 계획, 미래에 대한 기대, 미래에 대한 희망 그것은 전부 다 내 생각이 만들어 낸 허망한 착각일 뿐이다. 바로 그 내 생각이 지어낸 허망한 착각이 우리를 괴롭게 만든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냉정한 사실을 받아들여 보라. 그러면 미래에 대한 기대, 미래에 대한 바람, 미래에 대한 추구, 미래에 대힌 희망이가 그 순간 내려놓아진다. 어차피 모르는 것이니 안다고 여기면서 안다고 착각하면서 내가 아는 방식대로 일어나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과거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옳았지만, 미래에는 다르게 하는 것이 더 옳을 수도 있지 않은가? 지금 일어나는 일이 과거의 기억에 비추어 보면 괴로운 일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지금 일어나는 일이 오히려 나를 돕는 일일 수도 있지 않은가?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기를 기대하겠지만, 자녀가 어떤 대학에 갈 수 있을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또 어떤 대학에 가는 것이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될 지도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 아이는 어쩌면, 그 아이가 원하는 대학이 아니라, 전혀 한 번도 원하지 않았던 대학이 그가 귀인을 만날 수 있는 인연의 장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모든 걸 다 안다고 여기고 착각을 한다. 아이가 A라는 대학에 꼭 가야만 한다고 여긴다. 이 얼마나 오만하고 어리석은 생각인가? 더욱이 그 안다는 어리석은 착각에 집착함으로써 아이를 공부 공부 공부의 길로 내몬다.

안다고 여겨서 착각을 할 때, 사람들 마음 속에는 두려움이 동시에 쌓인다. 그 두려움은 내가 안다고 여긴 것이 틀리게 되는 경우에 대한 두려움이다. 내 인생은 이렇게 되어야 해. 나는 언제까지 돈을 얼마를 벌어야 해. 내 자식은 어떤 대학에 들어가야 해. 나는 건강해야 해. 그렇게 정해놓는 것이 곧 내가 내 삶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안다고 여기는 생각 곧 착각이다.

어쩌면 내 인생은 다르게 되어야 할 수도 있고, 나는 정한 그 돈을 벌지 못할 수도 있으며, 자식이 다른 대학에 갈 수도 있고, 건강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안다고 여기며 정해 놓은 미래에 대한 기대 추구와 희망에 집착하면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았을 때 괴로움과 화, 원망도 함께 커진다.

‘오직 모를 뿐’ 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 보라.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 그것이 진실이 아닐까? 단순하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인정하라. 어떻게 될지를 전혀 모른다면, 내가 특정하게 되기를 바랄 것도 없어지고 기대하거나 추구할 것도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그저 지금 여기 이대로 라는 삶의 진실, 세상의 실상에 비로소 발 딛고 서게 된다.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는, 지금 여기 서 있는 자리가 곧 진실이라는 사실에 도달하는 것이다.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는 미래에 대해 공연히 고민하고 걱정하고, 기대하고 희망하고 추구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정말 그렇지 않은가? 내일 당장 죽을지, 지금 당장 죽을지, 어떤 일이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사람들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지금 내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도 있고 지금 내가 행하는 일을 마음을 내어 최선을 다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서는 ‘오직 모를 뿐’임의 전혀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이래나 저래나 어차피 오직 모를 뿐이라면, 왜 공연히 걱정을 해야 하나? 미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전혀 없어 ~!

미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으면 그러면 어떤가? 인간의 삶에 더 이상 걱정할 일이 있을까? 전혀 없다. 완전히 안심하게 된다. 어차피 머리를 짜내고 굴려서 미래를 계획하고 미래를 기대해 보더라도 그 계획이나 기대는 어디까지나 가안(假案)일 뿐이고, 예상일 뿐, 그대로 그렇게 될지 안 될지는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해야지만 미래에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그러면서 동시에 그 기대한 바 대로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 그런 허망하고 헛된 망상 속에서 살아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멍청하게 살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지금 여기 매 순간 순간, 나에게 처한 삶,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지금 여기라는 이 생생한 진실의 삶에 인연 따라 반응하면서 현지금 여기를 온전히 누리고 느끼면서 바로 지금 여기 이 자리 이 순간에 존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인연 따라 해야 할 때는 무엇이든 하되, 집착 없이 행하고, 바라는 바 없이 마음을 내며, 주어지는 삶을 온전히 누리고 만끽하며 살라.

 ‘오직 모를 뿐'으로 사는 자가 될 때,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직 지금 여기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안다고 여기면 동시에 두려워지지만, 오직 모를 뿐임을 받아들이면 완전히 안심한 채로, 공연히 삶에서 힘을 빼지 않고, 지금 여기에 주어진 삶을 온전히 받아들여 살 수 있게 된다.

법상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