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부처님의 귀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다

장백산-1 2018. 6. 27. 17:44

부처님의 귀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다


폴 니터 (Paul F. Knitter 유니언 신학대 교수)

<부처님 없이 나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었다 (Without Buddha I Could Not Be A Christian)>의 저자


오늘날 미국에서는, 학문적 대중적 차원에서 사람들이 종교적이기 위해서는 종교간의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학문적 차원에서 '비교신학'이라 부름니다. 이같은 비교신학 운동은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의 전통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종교의 전통들과 대화해야만 한다는 확신에 기초합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대중적 차원에서 '두 종교의 전통에 속하거나' 혹은 '심지어 여러 종교의 전통을 실천'하는 현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 이상의 종교전통들로부터 영적 자양분을 흡수할 수 있고 때로는 그래야만 한다는 점을 발견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들 서양사람들이 현재 발견해가고 있는 '두 종교의 전통에 속하기'는 대부분의 아시아에서 이미 오랫동안 체험되어온 현실입니다. 아시아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불교, 도교, 유교, 토착종교의 신앙과 실천을 자연스럽게 조화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와는 달리 서양에서는 그런 '두 종교 전통에 속하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서양인들은 두 종교의 전통에 속하기를 더 의식적으로 학문적으로 신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저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 특히 사찰에 침입해서 문제를 일으킨 그리스도인들은 서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불교-그리스도교 대화'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봅니다.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을 자각하며 시작된 저의 영적 여행은 약 60여 년 전, 어린 소년이었던 제가 가톨릭 선교사가 되려고 결심했던 때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신언회에 가입했으며 다른 종교들을 믿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선교사가 되고자 했습니다. 당시 저는 제가 그들을 사랑한다면 그들을 개종(改宗)시켜야만 한다고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예수님 없이 그들은 구원받을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리스도교의 빛과 은혜 밖의 세상에는 오직 죄와 어둠만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불교, 무슬림, 그리고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을 개종시키기 위해서 저는 그들에 대해 알아야 했기 때문에 그들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른 종교에 대해 더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그들을 만나는 기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저는 이웃 종교인들이 오직 죄와 어둠만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사제서품을 받기 전 4년 동안 신학공부를 하기 위해 로마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로마에서는 역사적인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년~1965년)가 열렸습니다. 이 공의회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다른 종교들에 대한 태도 변화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공의회는 다른 종교들 안에도 진리(眞理)와 선(善)이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또 하느님은 다른 종교 안에서도 역사하고 계시며, 그리스도인들은 이들 다른 종교와 대화하고 배우도록 부름받았다고 선언했습니다. 바티칸 공의회가 고백하는 하느님은 어느 한 종교 안에만 제한될 수 있는 하느님이 아닙니다.


저는 다른 종교로부터 배울 게 너무 많고, 그 배움을 통해 제 신앙과 신학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여러 종교들과 대화하고 있었지만 저는 지적, 영적으로 불교에 더 많이 끌리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매일 참선 수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해를 보내면서 저는 점차 불교가 제 학문의 한 대상일 뿐만 아니라 제 자신과 저의 그리스도교 신앙을 이해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수행이 되어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점점 더 부처님의 귀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불교의 안경을 쓰고 저의 그리스도교 신앙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쓴 불교의 안경은 전에는 그 안경 없이는 결코 볼 수 없었을 예수님과 기독교 신앙의 내용들을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고, 그것을 알아차리지도 못 한 채 저는 '불자 - 그리스도인(Buddhist Christian)'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 목표와 희망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버리고 불교 신앙을 갖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부처님의 도움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신앙과 체험을 재해석하고, 재음미하고, 재승인하려고 합니다. 제 강의를 듣는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 종교의 전통에 속하는 것은 일종의 종교적 문란 아닌가요?" 그렇다면 과연, 부처님에 대한 저의 귀의(歸依) 때문에 저는 예수님에게 신실하지 않게 되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적으로 여러 종교의 전통에 속하기'는 종교적 문란함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 혼성성(混性性)의 문제이며, 우리 인간은 원래 혼성적 존재입니다. 요즘 같은 현대적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그 누구도 유일한 불변의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 우리 모두는 무아적(無我的) 존재이며 새로운 경험, 새로운 정체성과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주요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지만 그것 역시 언제나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종교적으로 두 종교의 전통에 속할 때, 보통 주요한 종교적 정체성이 있게 됩니다. 대개 그것은 사람들이 태어나는 인연에 의해 결정됩니다.


제게는 예수님과 그의 복음이 제 영적 삶의 중심입니다. 제 아내 캐티가 언제나 제 개인적 삶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제 인생의 현 지점에서 저는 부처님과의 관계 없이는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으로 살고 실천하고 의미를 갖는 것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우정이 제 아내와의 관계를 더 깊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분명히 예수 그리스도는 저를 영적으로 양육해주신 분입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영적 양육자인 부처님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매일 아침 기도와 함께 명상을 시작합니다.


"저는 거룩한 그리스도, 거룩한 복음, 거룩한 교회에 귀의합니다.

 저는 거룩한 부처님, 거룩한 가르침,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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