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그것의 뜻대로

장백산-1 2018. 7. 19. 16:04

그것의 뜻대로 / 릴라님


나는 어떤 존재일까요? 혹시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나이고,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까?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손을 움직일 수 있으니 이 손은 나고, 저 밖에 있는 나무는 내 뜻대로 내 맘대로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할 수 없으니 내가 아닙니까? 내 몸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손을 들어 흔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내 마음대로 음식을 소화시킬 수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내 마음대로 걸어갈 수 있고 뛰어갈 수 있습니다. 나는 내 마음대로 눈을 깜빡거릴 수 있고, 살을 꼬집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많습니다. 나는 내 마음대로 잠에 들 수 없고 내 마음대로 피를 돌게 하거나 멈추게 할 수 없습니다. 나는 내 마음대로 소리가 들리는 것을 통제할 수 없고 나는 내 마음대로 눈에 들어오는 대상들을 없앨 수 없습니다.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느낌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시 잠깐 생각을 통제할 수는 있으나 그보다 더 많은 시간에 제멋대로 일어나 우후죽순 처럼 올라오는 생각에 속수무책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감정, 행복한 기분만 경험하고 싶지만 어김없이 내가 원하지 않는 불쾌감이나 불안감, 두려움, 괴로움, 분노가 일어납니다.


나는 잠을 자고 싶은데 잠이 잘오지 않으니, 잠이 오도록 애를 씁니다. 그럴수록 잠은 더 오지 않습니다.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고 소화시키고 싶은데 체할 때가 있습니다. 듣고 싶지 않은 소란한 소리가 들려와 괴롭고, 보기 싫은 대상을 보아야 하는 상황이 곤혹스럽습니다. 잊고 싶은 생각일수록 더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종종 사람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합니다. 수면, 소화, 호흡, 순환 등 몸에서 일어나는 불수의적인 것에서부터 타인의 생각과 행동, 마음까지 통제하여 자기화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내 생각대로,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일은 내 몸 안에서조차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는 주체가 나라면 사람들은 너무도 왜소한 존재입니다. 자기 몸이나 자신의 감정조차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내 생각대로 통제가 되지 않으니 사람들의 기대와는 너무도 큰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통제하는 주체가 있는지 찾아보면 그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통제하겠다는 내 생각, 내 마음, 내 뜻이 일어나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통제하는 주체가 나일 것이라는 자신의 내면에 내재화된 고정된 생각, 어떤 것을 통제한다는 의식이 일어나고 있을 뿐입니다. 음식이 내 뜻대로가 아니라 저절로 소화되듯이 주재자가 있다는 습관화된 생각이 저절로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의도적으로 자기 마음대로 자기 뜻대로 자기 생각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데는 최고의 선수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대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것이 사람들을 슬프게 합니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은 되는 그것대로 하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되지 않는 대로 내버려두는 데는 서툽니다. 어쩌면 어느 정도까지가 내 뜻대로 되는 것인지 몰라 막무가내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마음의 습관에 빠져드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를 통제가 가능한 범위 안의 존재로 한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오히려 내 뜻대로 내 맘대로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수많은 것까지 내가 아닌지 깊이 사유해봐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통제하는 주체는 텅~비었지만, 이 텅~빈 곳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마음대로 이리저리 다니고 움직이는 동물과 움직임이 전혀 없는 바위가 다 대지의 산물이듯 통제되는 것들과 통제되지 않는 모든 것들이 하나입니다. 만약 사람들 제각각 스스로가 이 세상 모든 것을 머금은 무한(無限)임을 경험한다면 사람들은 내 뜻대로 내 생각대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너그러워질 수가 있습니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은 되는 대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은 되지 않는대로 있는 그대로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분별심을 일으켜서 인위적으로 그것을 분별 감별하여 좋아하는 것은 취하고 싫어하는 것은 버리는, 취사선택을 하고 조작을 하려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과도하게 확장해온 내 마음 내 생각 내 뜻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 잘 보게 될 것입니다. 


내 뜻 내 마음 내 생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잘 보게 되면 잠이 안 온다고 억지로 잠을 청하지도 않을 것이고, 억지로 남의 마음 남의 뜻 남의 생각을 바꾸려고 애쓰지도 않을 것입니다. 내 뜻대로만이 아닌 그것의 뜻대로 흘러가게 환송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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