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빈
- 승인 2018.08.27 17:27
긍정적으로 사물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인다
의학박사 가필드, 징수대 지나다
열심히 춤 연습하는 징수원 발견
그에게 네모난 징수대는 춤 연습장
부처님의 깨달음도 이와 같으니
깨닫기 전과 후 달라진 것은 마음
가장 밑바탕 생각 바로잡혔을 뿐
그림=근호
내 이름은 찰스 가필드이고, 박사 학위 소지자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섬을 잇는 다리, 금문교라고 불리는 그 다리에는 열일곱 개의 통행료 징수대가 있다. 나는 그동안 그들 통행료 징수대를 수천 번도 넘게 통과했었다. 그렇지만 그 징수대와 징수원 중에 나의 인상에 남았던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일상, 평범, 무심, 그저 그렇고 그런 징수대와 징수원들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날만은 예외였다. 내가 한 징수대로 통행료를 내려고 갔더니, 징수대 안에서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마이클 잭슨의 콘서트장에서나 날 법한 큰 소리였다. 더 신기한 것은 그 요란한 음악소리에 맞춰 징수대 안에서 한 남자가 춤을 추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신,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요?”하고 내가 물었다.
“보시다시피”하고 그가 대답했다. “난 지금 파티를 즐기고 있소.”
궁금증이 나서 그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고 시간을 보냈더니, 성미 급한 사람들이 모는 뒤차가 빵빵 소리를 냈다. 나는 징수원이 허리를 부드럽게 휘돌리며 건네주는 표를 받은 다음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몇 달 뒤에 나는 열일곱 개 징수대 중에서 전에 통과했던 징수대를 다시 통과하게 되었다. 문제의 그 징수원은 전과 똑같이 징수대 안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당신은 오늘도 파티 중이군요”하고 내가 말했다. “그런데 다른 징수원들은 왜 파티를 열지 않는 거요?”
“당신 눈에는 저 칸막이들이 무얼로 보이쇼?”
“통행료를 받는 곳.”
“상상력이 저어어언~혀 없으시구먼!”
“인정하겠소. 그럼 당신 눈엔 저것들이 무얼로 보입니까?”
“수직으로 세워 놓은 관! 그 안에는 사람들이 죽은 채로 살아 있소. 하지만 난 진짜로 살아 있지. 이렇게 춤을 추면서!”
그의 말에 의미심장한 무언가가 있음을 나는 직감했다. 내가 ‘그냥 박사’라면 이 남자는 ‘진짜 박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또는 내가 ‘의학박사’인데 비해 이 남자는 ‘인생박사’일 수도 있었다.
나는 그에게 명함을 건넸고, 며칠 뒤에는 그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나는 그날 입으로 먹은 뷔페 음식보다 더 맛있고 영영가 높은 정신적인 음식을 귀로 먹을 수 있었다.
그가 말했다.
“그냥 생각 없이 바라보면 다른 징수대와 내가 일하는 징수대는 똑같아 보이겠죠. 하지만 박사 당신은 사물을 ‘그냥’ 바라보아서는 안 돼요. 특히 사람을 바라볼 때는 더욱이나 그렇죠. 이 의자와 저 의자의 차이에 비해 이 사람과 저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처럼 먼 경우가 간간이 있는 법이니까.
사물이 가진 깊은 의미를 간파하는 눈으로 바라본다면 다른 징수대와 내가 일하는 징수대는 전혀 다르죠. 다른 징수대는 수직으로 세워놓은 관인데 비해 내 징수대는 파티장이니까. 다른 징수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여덟 시간 동안 죽어서 지냅니다. 그들은 매일 아침 8시 30분에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그 안으로 들어가서는 여덟 시간 동안 죽어지내는 거요. 그러다가 오후 4시 30분이 되면 무덤에서 일어나 자기 집으로 가는 거지. 성경에 나오는 나사로처럼 말이오.”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에 비해 당신은 춤을 추죠, 그렇죠?”
“그렇소. 사실 나는 미래에 댄스 교사가 될 꿈을 갖고 있소. 그래서 연습실을 찾고 있던 중에 국가가 건설한 그 징수대가 연습실로 딱 제격이라는 걸 알았소. 그래서 그곳에서 일자리를 잡은 거요. 그러자 국가는 나를 위해 춤 교습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교습비까지 제공해주는 셈이 된 거요. 탱규 메리 마치, 아메리카!”
“오!”
나는 감탄했고, 그가 말을 이었다.
“징수원이라는 직업을 따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소. 징수원들은 자기 혼자만 쓰는 독립 사무실을 갖고 있는데다가 그 사무실은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소. 그래서 금문교는 물론 샌프란시스코와 버클리의 아름다운 산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소.
박사, 한번 생각해보시오. 미국 서부에 사는 휴가객 절반이 내가 매일 보는 그것들을 보기 위해 해마다 몰려오고 있지 않소? 그러니 징수원들은 정말이지 행운아인 거요. 날마다 어슬렁거리며 그 좋은 곳으로 휴가를 와서는 월급까지 받으며 춤 연습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오!”
이 이야기를 읽으며 필자는 부처님의 깨달음에 대해 생각한다. 깨달음을 성취하기 전에 보리수 아래에 앉으실 때의 수행자 싯다르타와 새벽별을 보며 대각을 성취하신 직후의 붓다 사캬무니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재론의 여지없이 몸으로서의 두 분은 전혀 같았다고 해야 한다. 달라진 것은 마음. 그렇다면 두 마음이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불교인마다 각기 다른 생각을 할 거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것을 인정하면서 필자는 그때 달라진 것은 부처님의 ‘가장 밑바탕 생각'이었다고 결론짓는다.
마음은 여러 층으로 되어 있고 그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는 생각은 그에 의해 받혀져 있는 그 위의 모든 생각을 지배한다. 가장 밑바탕 생각은 곧 ‘그 자신’인 것이다. 그 생각이, 수행자로서의 싯다르타에게는 ‘중생’이지만 보리수 아래에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남으로써 ‘붓다’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또 붓다로서의 가장 밑바탕 생각은 무엇인가. 그것은 ‘뒤바뀐 꿈 같은 생각이 제자리로 바로잡힘’이다. 그리고, 그 생각의 바로잡힘은 가장밑바탕생각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밑바탕 생각이 ‘무명’에서 ‘명’으로 바뀌는 것은 보리수 아래에서 일어난 깨달음 현상이지만 중간 정도 되는 바탕생각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는 것 또한 나름의 작은 깨달음일 수 있는 것이다.
잭 캔필드가 편집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책에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필자가 내용을 가감한 이 사례는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긍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 ‘제대로 봄’이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고, 발전시키고, 해방시킨다. 그 봄이 곧 수행이고, 그 봄을 넓히거나 깊게 하는 사람이 불제자이다.
김정빈 소설가 jeongbin22@hanmail.net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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