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봄을 찾다

장백산-1 2018. 8. 30. 16:47

봄을 찾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 다녀도 봄을 보지 못하고
짚신이 다 닳도록 언덕 위의 구름 따라다녔네.
허탕치고 집에 돌아와 우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
봄은 이미 벌써 매화나무 가지 위에 한껏 와 있었네.

盡日尋春不見春 芒鞋遍踏朧頭雲 (진일심춘불견춘 망혜편답롱두운)
歸來偶過梅花下 春在枝頭已十分 (귀래우과매화하 춘재지두이십분)

- 송(宋)나라, 니승(尼僧)

 

겨울이 막 지나면 사람들은 봄, 봄, 봄 하면서 봄을 찾아 나선다. 성미가 급해서 봄을 찾는 것이 아니다. 봄은 희망이자 꿈이다. 그래서 봄이 오면 자신의 인생이 무엇인가 좀 달라질 것 같은 희망이 용솟음친다. 산이나 냇가에 자꾸 눈길이 간다. 논밭이나 들판에도 자꾸 마음이 간다. 정원에 심어논 나무에도 저절로 마음이 끌린다. 희망과 꿈과 생기와 성장과 사랑과 기대감이 넘치고 있는 봄을 그리는 것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봄을 찾아 나섰다. 그 사람은 곧 모든 사람이다. 하루 종일 이곳저곳으로 봄을 찾아다닌다. 구름이 걸린 저 멀리 언덕배기와 넓은 들판에까지 봄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나 끝내 봄은 볼 수 없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 왔다. 우연히 뜰에 심어논 매화나무 밑을 지나다가 진한 매화향기를 맡았다. 고개를 들어 매화나무 가지를 올려다보니 새하얀 매화꽃이 막 피기 시작하였다. 종일토록 찾아 헤맸어도 찾지 못한 봄을 집에 돌아와서 찾고는 봄을 한껏 느꼈다. 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단 한 걸음도 옮기지 않은 자기가 늘 살고 있는 자기 집안에 있었다.

이 시(詩)는 의미가 매우 깊은 시다. 사람들이 봄을 찾아 헤매는 것 처럼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행복(幸福)을 찾아 헤맨다. 사람들이 돈, 명예, 지위, 권력, 사회적 영향력,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추구하는 것도 전부가 다 행복(幸福)하기 위해서다. 남여가 짝을 맞이하는 것도 행복(幸福)하기 위해서고, 결혼을 해서 자식을 두는 것도 행복(幸福)하기 위해서다. 아침에 일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매달리는 것도 행복(幸福)하기 위해서다. 출가(出家)해서 수행(修行)하는 것도 행복(幸福)하기 위해서고 깨닫고자 하는 것도 행복(幸福)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불교에서 말하는 성불(成佛), 지극한 도(지도/至道), 열반/해탈, 진리, 깨달음 등 이 모든 방편(方便)의 말들은 가장 이상적(理想的)이며 바람직한 삶, 즉 진정(眞正)으로 행복(幸福)한 삶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그런데 진정(眞正)으로 행복(幸福)한 삶은 저기 어디 멀리 다른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시간을 많이 들여서 얻는 것도 아니며, 노력을 많이 해야만 얻는 것도 아니라는 뜻을 나타내는 시(詩)다.

성불(成佛), 지극한 도, 깨달음, 행복(幸福), 진리(眞理), 부처, 열반에 이르기 위해서 불교에는 소위 말하는 팔만사천 방편(方便)이 있다. 기도, 절, 염불, 간경, 참선, 주문, 6도 만행 같은 수행 방법들이 행복(幸福)에 이르는 대표적인 방편(方便)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수행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만 성불, 행복, 열반, 깨달음, 진리, 지극한 도, 부처에 이르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러한 성불, 행복, 열반, 깨달음, 진리, 지극한 도, 부처는 어디에 이르기 위해서가 아니고 다만 그러한 삶일 뿐이다. 실은 영가 스님이 증도가에서 말했듯이 '깨달으면 그것으로 다 끝'이다. 공(功)을 들일 필요가 없다(각증료불시공/刻卽了不施功). 열반경에서는 소를 잡던 백정이 그 자리에서 칼을 내동댕이치며, “나도 부처(佛)다.”라고 선언하였다.

성불, 도, 진리, 깨달음, 부처, 여래, 열반, 행복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촉감을 느끼고, 생각하고, 숨 쉬고 하는 이 사실이 성불(成佛)이고, 도(道)이고, 진리(眞理)이고, 깨달음이고, 부처(佛)이고, 여래(如來)이고, 열반(涅槃)이고, 행복(幸福)이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가 삶의 모든 것이며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인생의 모든 가치와 의미가 다 담겨 있다. 성불도 열반도 행복도 진리도 깨달음도 부처도 지금 바로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분병하게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언제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 헛되고 허망한 허상(虛相)에다 초점을 맞춰두고 그 허상(虛相)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라는 이렇게 확실한 실상(實相)을 늘 외면하고 산다.

사람들이 자기 집안에 있는 봄을 못보고 멀리가서 봄을 찾아 헤매듯이, 행복(幸福)이라는 봄을, 성불(成佛)이라는 봄을, 열반(涅槃)이라는 봄을, 진리(眞理)라는 봄을, 깨달음이라는 봄을, 도(道)라는 봄을, 부처(佛)라는 봄을 찾기위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의 자신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서 그같은 봄을 찾아 헤맨다. 이 시(詩)는 이와같은 잘못을 깨우치게 하는 글이다. 이 시(詩)는 송나라 때 어떤 비구니스님의 오도송이라고 전해질뿐 비구니스님의 정확한 이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