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흰 구름을 사려고 맑은 바람을 팔았다

장백산-1 2018. 12. 22. 23:18

산빛노을(원광) / http://cafe.daum.net/okryunam/RgHH/296


사세송(辭世頌, 세상을 하직하는 게송)


흰 구름을 사려고 맑은 바람을 팔았더니


살림살이가 바닥나 뼈에 사무치게 궁색하네.


남은 건 띠와 풀로 얽어 만든 두어 칸 집뿐인데


세상을 떠나면서 그것마저 불 속에 던지노라.


白雲買了賣淸風   散盡家私徹骨窮

백운매료매청풍   산진가사철골궁

留得數間茅草屋   臨別付與丙丁童

유득수간모초옥   임별부여병정동


-석옥청공(石屋淸珙)-


이글은 고려 시대의 태고보우(太古普愚, 1301~1382) 스님에게 임제선의 법맥을 전수한 석옥청공(石屋珙,1272~1352) 스님이 세상을 하직하면서 읊은 글이라는 사세송(辭世頌)이다. 달리 말하면 석옥청공 스님의 임종게다. 석옥청공 스님이 임종시에 고려의 백운경한(白雲景閑, 1299~1374) 스님에게 법을 부촉하며 지은 임종게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태고보우 스님과 백운경한 스님 모둘 다 석옥청공 스님의 법을 이어 받았기 때문에 석옥청공 스님은 한국불교와는 인연이 특별히 깊다. 현재 한국의 대다수의 스님들은 모두 임제 스님의 법을 이어 받은 법손(法孫)이며 아울러 석옥 청공 스님의 법손이기 때문이다.


한 생을 살고는 그 회향을 이렇게 해야 하리라. 살림살이라는 표현을 하였으나 정작 살림살이라고 할 만한 것은 마음속에 전혀 아무것도 없다. 마음 속에서 선도(禪道)와 불도(佛道)라는 것도 다 떨어져 나가고, 깨달음과 열반마저도 다 떨어져 나간 상태이다. 마음 속에서 선도나 불도, 깨달음과 열반이라는 그런 이름들이 떨어져나간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떨어져나간 그 이름들의 흔적마저도 찾을 길이 없다. 마음 속에 먼지를 쓸고 물을 뿌려서 마음 속이 너무나 맑고 깨끗하다. 오히려 맑고 깨끗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선인(禪人)의 마음이 궁극에 이르면 이렇게 되는가 보다.


가진 것이라곤 스치고 지나가는 한 줄기 맑은 바람뿐이었는데 흰 구름이 좋아보여서 그 흰 구름을 사려고 맑은 바람을 팔았다. 바람을 팔았는데 그런데 그 바람은 이미 어디론가 가버렸고 흰 구름마저도 그 바람을 따라서 어디론가 흘러가 버리고 없다. 바로 이것이 석옥청공 스님의 살림살이다. 그같은 살림살이가 바닥이 나서 뼈에 사무치게 가난하다. 남은 건 칸 띠와 풀로 얽어 만든 작은 집뿐이라고 하였다. 그 집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비가 끝나 불이 꺼지고 싸늘하게 식어 한 줌의 재로 변한 깡마른 육신이다. 이제 세상을 떠나가는 마당에 그것마저 불 속에 던져버린다.


누군가 자신의 선의(禪意)를  “지난 해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 금년의 가난이 정말 가난한 것이다. 지난 해에는 송곳을 꽂을 땅이 없더니 금년에는 그 송곳마저 없어졌다.”라고  마음 속에 전혀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표현하였다. 그런데 “흰 구름을 사려고 맑은 바람을 팔았다.” 라는 이 표현이 나는 너무 좋다. 천고에 빼어난 명언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