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지금 이 순간 뿐 다른 시절은 없다>

장백산-1 2019. 1. 23. 19:53

<지금 이 순간 뿐 다른 시절은 없다>


다만 그대들은 스스로가 부처라는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순간순간 부처를 찾아 구하고, 자기 머리를 두고 따로 머리를 찾는 일을 쉬지 않는다.

(선어록과 마음공부 p247)


자기가 본래 부처라는 믿음이 없으니까 계속 부처를 찾아 구하고 또 머리를 달고 머리를 찾는다는 표현을 쓰지요.


만약 원돈보살(圓頓菩薩)이라고 하더라도 법계에 몸을 드러내어 정토 속에서 평범함을 싫어하고 성스러움을 좋아한다면, 이런 원돈보살의 무리는 취하고 버리는 분별심을 아직 잊지 못한 것이고, 깨끗하고 더럽다는 분별이 남아 있는 것이다.

(선어록과 마음공부 p247)


본인이 보살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정토에서 산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이 “나는 평범한 거 싫고 성스러운 건 좋다.” “나는 중생은 싫고 부처는 좋다.” 이렇게 얘기한다면 그 무리는 취하고 버림이라는 분별을 아직 버리지 못한 것이 있고 더럽다 깨끗하다는 분별이 남아 있는 겁니다. 


그게 이제 이런 경우죠. 아무리 원돈보살(圓頓菩薩)이라고 본인이 말한다 할지라도 성스러움과 깨달음이 있고 ‘자신은 깨달았다’ ‘자신은 성스럽다’ 이런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혀 깨달음과는 거리가 먼 거지요. 취하고 버리는 거잖아요. 성스러운 걸 취하고 평범한 걸 버리는 거거든요. 취사간택심입니다. 


어지간한 일반 신도님들은 만약에 부처가 이 세상에 온다면 그 부처를 분간해 낼 재간이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는 내가 부처라고 부처를 광고할 일이 없을 거거든요. 내가 부처라든가 내가 깨달았다든가 그런 얘기는 안 하고 그냥 평범한 동네 아저씨처럼 살 확률이 높거든요. 스님들도 그냥 평범하게 기도할 때 기도하고 그냥 공부할 때 공부하고 그럴 확률이 높거든요. 


우리가 아는 큰스님들 중에 보면요. 법문할 때 아주 카리스마 넘치고 법을 탁 설명하는 큰스님들 중에도 일상생활을 보면 되게 평범하고 그냥 평범하다는 말이 순박하고 뭐 이런단 얘기가 아니라, 그냥 민간인하고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그 스님이 법이 있어도 법은 자기 세속 생활과는 달라요. 세속 생활은 자기 성격 따라 다 다릅니다. 성철 스님 같은 경우 화를 버럭 내기도 한다, 이러고. 저희 은사 스님도 뭐 화도 내기도 잘 하시고, 자기 성격 따라 그냥 그래 가는 거지요.


그리고 세간사에 대해서는 이 생각도 할 수 있고 저 생각도 할 수 있어요.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고 어느 게 진실인지 100% 확신하거나 이러지 않고 그냥 자기 생각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깨달음을 얻은 사람도 정치적으로는 어떤 사람은 보수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진보일 수도 있어요. 정치적 성향은 다를 수 있어요. 어떤 특정한 정치인을 훌륭하다고 할 수도 있고 또 훌륭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어요. 왜? 왜냐하면요.


세간과 출세간은 다른 차원입니다. 그러니까 출세간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세간의 사사로운 거를 무조건 다 올바르게 한다. 그런 건 아닐 수가 있어요. 당연히 세간상을 모르는 거죠. 세간상을 모르는데 예를 들어 뭐든지 이 분은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다 옳을 거야. 그렇지는 않을 수 있지요. 예를 들어 미적 감각은 깨달음을 얻은 사람보다 미대 나온 사람이 훨씬 미적 감각은 뛰어나지요, 당연히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고 해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뭘 했는데 망할 수도 있지요. 잘못될 수도 있지요. 왜냐면 그건 세간사의 그림자 같은 거니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닌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는 그냥 문제가 있는 그대로 상관이 없습니다.



선종의 견해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니, 곧장 지금일 뿐 다시 다른 시절은 없다.

(선어록과 마음공부 p247)


곧장 지금일 뿐 다시 다른 시절은 없다. 여러분 인생에 최상의 황금기는 곧장 지금일 뿐 다시 다른 시절은 없습니다. 옛날에 잘 나갔었는데 하는 거는 그거는 착각이고 망상이고 생각이고, 미래에 뭔가 참 잘 나가는 시절이 있겠지 하는 그 또 망상입니다. 그냥 곧장 지금밖에 없어요. 지금 이 순간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순간을 추구하고 이럴 필요가 없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그냥 이 순간에 요렇게 존재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내 코로 들어오는 들숨과 날숨을 충분히 쉴 수 있는, 이 쌀쌀한 날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햇살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그 소리를 듣고 같이 맞장구치면서 웃어줄 수 있는, 그냥 그 단순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할 수 있는, 그것이야말로 최상의 부처의 삶입니다. 오직 지금일 뿐 다시 다른 순간은 없다. 지금 이 순간 말고 다른 시절은 없습니다.


-법상 스님- 법문 녹취by 하이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