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따라 사는 인생>
불법은 애써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평상심을 유지하여 특별한 일이 없게 함이니, 추우면 옷을 입고, 더우면 옷을 벗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면 되는 것이 불법이다. 어리석은 자는 나를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내 말뜻을 안다.
(선어록과 마음공부 p247)
불법은 애써 구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평상심을 유지해서 특별한 일이 없게 하는 것이 불법이지요. 특별하게 뭔가를 쥐려 하거나 버리려 하거나 그러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겁니다. 추우면 옷을 입고, 더우면 옷을 벗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면 되는 것이 불법입니다.
이 구절이 너무 좋습니다. 그냥 인연 따라 살면 된다는 말이지요. 마음공부는, 불법은 특별하게 구할 것도 없고, 애쓸 것도 없고, 조작할 것도 없고, 그냥 인연 따라 추우면 옷 더 입고,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싸고, 졸리면 자고, 뭐 인연 따라 자식이 와서 뭐 해달라고 하면 해주고, 인연 따라 살면 아무런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아무런 문제 될 게 없는데 그걸 이제 내가 분별해서 뭐 더하려 하거나, 더 내려 하거나 그랬을 때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지요.
어리석은 자는 나를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내가 하는 말의 뜻을 압니다.
‘야,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거야 뭐 누가 못하느냐’ ‘그게 무슨 도(道)냐, 부처냐, 진리냐, 깨달음이냐, 해탈이냐’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이게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좋지요. 제가 성격적으로 약간 이런 걸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원래부터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물론 이것만 다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냥 뭐 인연 따라 이렇게 살아도 좋고 저렇게 살아도 좋고 이런 일이 일어나도 좋고 저런 일이 일어나도 좋고, 그렇다고 계획이 없는 건 아니에요.
이런 계획도 세우고 저런 계획도 하지요. 그러나 그 계획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다 보니까 계획은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언제나 모든 계획은 그냥 가변적인 계획일 뿐이라서, 계획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 계획대로 지금의 의식으로써는 이 계획을 잡는 게 나로 써는 최선이니까 그 계획을 잡고 그대로 이렇게 하는 거지요. 그러나 그렇게 되다가 잘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다가 안 될 수도 있고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지요.
인연 따라 산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면 삶이 되게 가벼워집니다. 되게 가벼워지고. 정말 옛날 사람들 같으면 먹을 식량 거리도 없이 살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그냥 한 존재로써 생각하면 야 그러지 않고 산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그 삶을 견주어보아서 ‘난 이만한 삶을 살았으니까 앞으로도 이런 삶을 살아야 돼’ 이렇게 스스로를 규정짓는 거지요.
‘나는 원래 부자야. 그러니까 나는 이 정도 돈은 가지고 살아야 돼’ 그건 자기가 만든 생각이지요. 지금까지 경험이 그랬다고 반드시 계속 그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텅~빈 제로의 존재입니다. 그냥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은 채 이 세상에 왔는데 그냥 이렇게 삼시 세끼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고 또 먹지 못하면 그냥 인연 따라 못 먹는 거지요, 대충 먹다가 그래서 도저히 못 먹으면 죽으면 되는 거고.
어쨌든 한번 태어났다 죽을 거고. 없으면 없는 대로 먹고 있으면 있는 대로 먹고. 그러니까 많이 있어서 조금 누려서 쓸 수 있다 이러면 남들과 좀 나눠서 쓰면 되고. 그러니까 뭐랄까 이 마음공부를 하면 할수록 젊은 날의 비판, 비난, 이런 게 좀 많았었다면 이제는 뭐 그런 것들이 그냥 다 자신의 삶의 모습일 뿐이지 그걸 좋다 나쁘다 맞다 틀리다 할 필요도 없구나. 남들을 욕할 필요가 없구나. 뭐 돈 많은 사람들이 흥청망청 쓰면 그걸 가지고 ‘왜 저러고 살아야 되느냐’ 하고 막 욕을 했는데, 뭐 그럴 필요도 없는 거지요. 본인 인연 따라 그렇게 살아서 그야말로 50보, 100 보인 인생이거든요. 우리가 먹고사는 거를 저 가난한 사람들이 보면, 저 아프리카 사람들이 보면 하루에 5천원 ,7천원, 8천원 짜리 밥을 먹는 우리를 미쳤다고 할 수도 있어요. 저런 사치스러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남들은 그냥 저마다 자신의 인연 따라 사는 것이니까 그걸 존중해줘야 되는 거지요. 어떤 삶이라도 다 존중해주면서 나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서 인연 따라 그냥 그렇게 살면 됩니다.
-법상 스님- 법문 녹취 by 하이얀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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