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相)을 타파한다는 건?
금강경에서는 상(相)을 깨버리라고 강조합니다. 왜 상(相)을 타파하라고 강조할까요.
그렇다면 상(相)이란 무엇일까요? 마음 속에 그려지는 이미지, 모양, 그림이 상(相)입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대상(경계, 현상, 것, 존재)에는 '이름'이 있고, 이름에 걸맞는 '모양'이 있습니다.
'사과'라는 이름을 말하면 사과의 이미지, 모양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그게 바로 상(相)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가족'이라는 자기만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그 이미지,
상(相)을 보고 가족은 이런거야라고 규정짓고, 그렇게 믿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가족'에 관한 상(相),
이미지가 따뜻하고 사랑스럽기에 좋겠지만, 어떤 다른 사람은 '가족'이라는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게
그려져 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사랑'에 대한 상(相), 이미지도 사람마다 다 다르겠죠. 특정 정치인에 대해서도, 특정 정책에 대해서도,
특정 종교에 대해서도, 나아가 인생과 이 세상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은 좋은 이미지, 상(相)을 갖고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좋지않은 이미지, 상(相)을 갖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똑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사람들은 자기만의 상(相), 이미지를 가지고 대상을 분별하고 해석해서
봅니다. 유식무경(唯識無境), 삼계유심(三界唯心)이라는 말처럼, 세상은 오직 자기 마음일 뿐이며,
세상에는 자기 인식(認識)만 있을 뿐이고, 마음 바깥에 독자적인 경계(대상), 세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상(相), 이미지, 인식(認識)이라는
필터(filter)로 걸러서 자기만의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 생각이, 그 인식이 옳다고 여겨서,
그 상(相), 이미지, 생각, 인식에 집착을 하게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상(相), 이미지, 생각, 인식은 진실하지 못합니다. 상(相)은 내가 만들어 놓은 나만의 이미지
이기 때문에 진실하지 못한 겁니다. 다른 사람은 나와는 전혀 다른 상(相)을 가지고 그것이 옳다고
고집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상(相)에 집착하면 할수록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相)을 써먹기는 할지언정, 상(相)에 과도하게 집착하지만 않으면,
삶은 아무 괴로움이 없어지고, 자유로와집니다. 삶에서 생겨나는 모든 괴로움은 허망한 상(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서 그 어떤 상(相)에도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겁니다.
-법상 스님- 201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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