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떠나 다른 부처는 없다
삼계(三界)가 뒤섞여 일어나지만 함께 한마음으로 돌아간다.
그대가 나에게 묻는 그것이 곧 그대의 마음이고, 내가 그대에게 답하는 그것이 곧 나의 마음이다.
나에게 묻는 그것이 곧 그대의 마음이니,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아득한 때로부터 언제나 어디서나 움직이고 행동하는 그것 모두가 그대로 본래 마음이고 그대로 본래 부처다.
마음을 제외하고 얻을 수 있는 다른 부처는 결코 없으며, 이 마음을 떠나 마음 바깥에서 깨달음과 열반을 찾을 수는 절대로 없다. 누구나의 본성(본래성품)은 진실하여 본성은 원인도 아니고 결과도 아니다. 이 말은 이 세상 모든 법(法, 존재, 현상, 대상, 경계, 것), 우주삼라만상만물이 곧 마음이라는 뜻이다. 마음이 바로 깨달음이며, 마음이 바로 열반이고, 마음이 바로 생사이니, 마음 바깥에서 부처(道, 마음, 진리, 깨달음)을 터득할 수 있다고 말하지 말라.
[달마 혈맥론]
✔ 삼계(三界)란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를 말하는 것으로 윤회하는 중생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말한다. 세상 모든 것, 삼계(三界), 우주 전체가 ‘마음 하나’ 위에 그려진 환상(幻想), 환영(幻影)이다.
우리가 우주삼라만상만물이라고 여기는 모든 것은 실체가 없는 꿈, 허깨비, 신기루,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 환상 같은 것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나도 진짜로 있고 세상도 진짜로 있다고 여긴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진짜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인연 따라 생겨나고 인연 따라 사라지는 실체가 없는 허망한 것(虛象)이라고 설한다.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은 생멸법(生滅法 : 생겨나고 사라지는 존재)이라고 하여 생겨났다가 사라져버리는 것은 진실(眞實)이 아니다. 불생불멸(不生不滅)하는 것, 오고 감이 없는 것, 그것이 진실(眞實)이다. 마음, 법(法), 진리, 자성, 불성, 부처, 道가 곧 불생불멸법(不生不滅法 :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사라져버리는 것도 아니 것)이고, 불래불거법(不來不去法 : 오는 것도 아니고 가버리는 것도 아니 것)이다.
그렇다면 오는 것도 아니고 가버리는 것도 아닌 것, 즉 불생불멸(不生不滅)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도 태어났다가 죽는 것이니 생멸법(生滅法)인 허망한 존재일 뿐이고, 세상 모든 것들도 전부 다 생노병사(生老病死), 생주이멸(生住異滅), 성주괴공(性住壞空)하니 전부가 다 왔다가 가버리는 허망한 것들일 뿐이다. 사람이 인식(認識)할 수 있는 세상 모든 것들은 전부가 다 생겨났다가 사라져버리는 것들(生滅法)이지 불생불멸법(不生不滅法)이 아니다.
그렇기에 생멸법(生滅法), 생사법(生死法)이 아닌,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참된 성품, 즉 불생불멸법(不生不滅法)은 인간의 인식(認識)을 넘어서 있다. 인간의 의식으로 인식할 수 있는 어떤 대상이 아니다. 불생불멸법, 즉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사라져버리는 것도 아닌 것, 그것은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저히 이름을 붙일 수도 없는 것이고, 볼 수도 없는 것이고, 만질 수도 없는 것이고, 소리로 들을 수도 없는 것이다. 느껴볼 수도 없는 것이고, 생각해볼 수도 없는 것이다.
편의상 선(禪)에서는 어떤 이름도 붙일 수 없는 불생불멸법(不生不滅法)이라는 이 ‘무엇’을 지칭해서 방편(方便)으로 ‘'이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이것’을 조금 더 자세히 방편으로 설명하기 위해 이름을 지어 붙여서는 안 되는 '이것'이지만 "이것"에 이름을 지어 붙이고 있다. "이것'에 방편(方便)상 지어 붙인 그 이름이 바로 법(法), 마음, 참나, 진리, 해탈(解脫), 반야(般若), 열반(涅槃), 참마음, 진아(眞我), 본래면목(本來面目), 깨달음, 주인공, 본래의 나 부처, 무위진인 등이다.
"이것'에 대한 이들 방편상의 이름들 중에 선(禪)에서는 주로 ‘마음’이나 ‘法’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선(禪)에서 말하는 "이것"에 대한 방편상의 이름인 마음이나 법(法)은 인간의 인식(認識) 대상도 아니고, 특정한 무언가가 아니다. "이것"에 대한 방편상의 이름인 마음, 法을 억지로 말로 설명하자면, 우주, 삼라만상만물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근본(根本), 본체(本體), 본바탕(本質)이다.
'이것'이라는 방편상의 이름인 마음, 法, 위에서 우주, 삼라만상만물이 등장하고 퇴장을 한다. 마음바탕 위에서 세상 모든 것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인식(認識) 의식(意識)으로는 ‘이것’, 마음, 法을 볼 수 없다보니, '이것'을 인식할 수 없다보니 ‘이것’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한 채, ‘이것’ 위에 드러난 현상, 즉 이 세상, 이 우주, 삼라만상만물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허망하게 왔다가 허망하게 사라져가버리는 삼라만상만물인 허망한 생멸법(生滅法)만을 보지 말고, 곧장 삶이라는 삼라만상만물의 진실인 ‘이것’을 확인하게 되면 삼라만상만물의 실체, 진실, 불생불멸법(不生不滅法)을 확인하게 된다.
불생불멸법(不生不滅法)인 ‘이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둘이나 셋으로 조각조각 쪼개질 수 있는 어떤 물건이 아니며, 물질적인 무언가가 아니고, 더욱이 나에게서 떨어져서 멀리 있는 것도 아니며, 내 밖에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기에 방편으로 ‘한마음’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우주, 세상, 삼라만상만물, 삼계는 전부 한마음, 즉 일심(一心)에서 나왔다가, 한마음으로 돌아간다.
무엇이 한마음일까? 한마음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는 그것이 곧 한마음이고, 답변하는 그것이 바로 한마음이다. ‘이것’, ‘이 자리’ '한마음'에서 질문도 하고 답변도 한다. 무엇이든 일어났다 하면 전부가 다 ‘이것’ 아닌 것이 없다. 마치 꿈속의 모든 사람, 사건, 내용이 전부 다 다른 것 같지만 하나의 꿈인 것과 같이, 이 우주, 삼라만상만물,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드러나고 사라지지만 사실은 "이것" 이 하나의 ‘한마음’일 뿐이다. 움직이는 것,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전부 다 불생불멸법인 '이것', 한마음, 본래마음, 본래부처다.
"이것" 한마음이 바로 부처요, 본성이고, 깨달음이고, 열반이다. 이 마음을 떠나서 다른 부처는 없다.
-법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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