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여래여거(如來如去)

장백산-1 2019. 9. 28. 15:14

여래여거(如來如去)    /  법상 스님

행복이 내게 찾아왔다고 해서 그 행복을 더 많이 붙잡아 더 오래 가질려고 애쓸 이유도 없고, 행복이 내게서 멀어져간다고 해서 그 행복이 못가도록 붙잡아두려고 애쓸 이유도 없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올 때가 되면 인연(因緣) 따라 오고 갈 때가 되면 인연(因緣)  따라 가는 것일 뿐입니다. 인연(因緣)  따라 왔다가 인연(因緣) 따라 가는 것들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고, 그냥 그저 시절인연(時節因緣) 따라 그렇게 왔다가 시절인연(時節因緣) 따라 그렇게 변화하면서 흘러가는 것일 뿐입니다.

이렇게 이 세상 모든 것들은 항상(恒常)하지 않고 인연(因緣) 따라 왔다가 인연(因緣) 따라 변하면서 흘러가는 것이라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이치가 진실(眞實)이듯, 인연(因緣) 따라 변하면서 흘러가는 것들 그것들도 그대로 진실(眞實입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한 것들을 내가 어떻게든 붙잡아두려고 하거나 더 많이 가지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내 인생에 무엇이든 자유롭게 오고 가도록 허락해주세요. 그렇게 하는 것이 부처(佛)의 다른 명칭인 여래여거(如來如去)의 뜻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여여(如如)하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그대로 진리(眞理)로서 오고(如來) 진리(眞理로서 가도록(如去) 내버려 두는 것이 바로 부처(佛), 즉 여래여거(如來如去)의 뜻입니다.

내 삶(인생)에 등장하고 퇴장하는 모든 것들을 좋다고 내가 주도적으로 붙잡거나, 싫다고 밀쳐내려고 애쓰는 대신에, 그저 그냥 관객이 앉는 무대 앞 관람석으로 물러나 앉아, 세상 모든 것들이 자유롭게 내 삶에 오고 가도록 허용한 채로, 다만 아무 분별(分別) 차별(差別) 구별(區別) 없이 세상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관찰자, 주시자, 구경꾼이 되어보십시오.

상영되는 영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영상이 비치는 하얀 스크린은 언제나 영화내용에 물들지 않고 깨끗하듯이 내 삶이라는 무대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더라도 그 일들에 깊이 개입하지 않으면, 나는 언제나 일에 물들지 않고 깨끗한 텅~빈 바탕, 텅~빈 배경, 텅~빈 스크린으로 있게 됩니다. 전혀 아무 흔적 없이 전혀 아무런 걸림 없이 대자유인(大自由人)으로 삶을 마음껏 자유(自由)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