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마음을 어디에도 머물지 말라
응당히 어디에도 머무는 바 없는 그런 마음을 내라.
應無所住 而生其心 (응무소주 이생기심)
-『금강경』-
인간의 마음은 본래 어디에도 어느 것에도 머무는 바가 없는 것이 특색이며 장점이다. 마음은 대상을
따라 찰라지간에 일어나고 사라진다. 따라서 대상이 없으면 마음은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은 또한 아는
기능이 있다. 마음은 상속(相續)하는 특성이 있다. 즉 어떤 마음을 일으키면 그 일으킨 마음을 대상으로
해서 새로운 마음을 계속 이어서 일으키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 마음은 걸핏하면 어디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마음은 물질, 명예, 수면, 성욕, 식욕 등
다섯 가지 욕망을 중심으로 온갖 것에 머물고 집착하기를 좋아한다. 온갖 것에 머물고 집착하다 보면
계속해서 더 오래 더 머물고 집착하는 마음이 생기고, 집착을 하는 대상은 그대로 있어주지를 않고
쉬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급기야는 사람 곁을 떠나가게 된다.
세상 모든 것이 유동성이므로 집착하는 마음이나 집착의 대상은 쉬지않고 모두가 변화하고 요동친다.
그 변화하고 흔들리는 세상 모든 것들과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는 곧
인간에게 괴로움을 불러일킨다.
사람의 마음은 본래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계속적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흘러
가는 마음 그 본래의 성질대로 따르지 못하고 마음이 어딘가에 머물려고 하다 보니 괴로움이 뒤따른다.
육신의 건강 문제에 있어서는 언제나 건강하기를 바란다. 젊음에 있어서는 언제나 젊기를, 명예에 있어
서는 더욱 더 명예가 올라가기를, 경제적 부에 있어서는 언제나 부가 늘어나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뜻하는 바대로 되지 않고 변화무쌍한 것이 모든 존재의 실상이다. 그러므로 금강경은 마음의
본령대로, 반드시 어디에도 머물지 말고 변화무쌍한 모든 존재의 그 변화의 실상을 따라서 마음을
내어 쓰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 모든 문제와 괴로움도 자연히 사라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육조 혜능(慧能, 638~713) 스님은 출가하시기 전에 시장에 나무를 팔러갔다가 어떤 객주 집에서 금강경
에 나오눈 應無所住 而生其心 (응무소주 이생기심) 이 구절을 우연히 듣고 그 순간 마음이 환하게 밝아
졌다. 그 후 출가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눈을 열어주고 제도하게 된 역사가 있다. 이 구절을 듣고
마음이 밝아진 것을 곧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뒤에 알았다. 마음의 이치를 확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이 구절은 그와 같은 사연이
있어서 더욱 세상에 유명해졌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②(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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