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죽는 이 근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더냐
네명의 형제가 있었다. 네 형제는 가업(家業)을 버리고 산속에 들어가 한가히 살면서
오신통(五神通)을 얻어 선인(仙人)이라 일컬었다. 그런데 자신들의 수명이 다해 가는
것을 안 그들은 목숨이 다해가는 것을 피하려하여 제각각 궁리를 했다.
"우리들의 신족(神足)은 마음대로 날아오를 수 있어서 어디를 가든 지장이 없다.
그럼에도 이제 도리어 무상(無常)의 뜻대로 되어 목숨을 다하게 되었으니, 마땅히
방편을 써서 이 재앙을 모면해야 되겠다."
한 사람이 말했다.
"공중에 뛰어올라가 몸을 숨긴다면, 무상(無常)의 적(敵)이 어찌 내가 있는 곳을 알겠는가?"
또 한 사람이 말했다.
"사람이 들끓는 시장 속에 들어가 목숨을 피하면, 무상의 적이 딴 사람을 데려갈 것이다.
하필 나를 찾을 리가 있겠는가?"
또 한 사람이 말했다. "큰 바다 속에 들어가면, 무상의 적이 나를 어찌 알겠는가?"
또 한 사람도 말했다.
"아무도 없는 높고 깊은 산에 가서, 산을 쪼개고 그 속에 들어간 다음 그 위를 예전과 같게
덮어 놓는다면, 무상의 적이 나 있는 곳을 어찌 알겠는가?"
그리하여 네 명은 각자 목숨의 적인 무상의 적을 피했으나 끝내 무상의 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공중에 올라가 숨어있던 사람은 땅에 떨어졌는데 익은 과일이 떨어지는 듯했다.
산을 쪼개고 그 속에 들어가 있던 사람은 흙속에 장사지내는 결과가 되었고,
바다 속에 들어간 사람은 물고기와 자라의 밥이 되었고,
시장 속에 들어갔던 사람은 여러 사람들 속에서 목숨을 마쳤다.
세존(世尊)께서 이를 보시고 말씀하셨다.
"이 네 사람은 진리(眞理)에 어두운 까닭에 숙업(宿業)은 버리려 하면서도,
삼독심(三毒心 : 탐내는 마음,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을 버리지 못해서
궁극의 지혜(智慧), 즉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고 목숨을 다하고만 것이니
예로부터 누가 목숨을 마치는 이 근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더냐."
『사부득경(四不得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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