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법(緣起法 : 연기의 이치) - - 법상 스님
매 순간순간 사람들은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촉감을 느끼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경험하면서
살아갑니다. 매 순간순간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촉감을 느끼고, 생각하고 인식해서 아는 그 첫
번째 작용에는 아무 문제, 아무 괴로움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매 순간순간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
보고, 촉감을 느끼고, 생각하고 인식해서 아는 그 첫 번째 작용을 그냥 경험할 뿐이고, 일어날 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매 순간순간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촉감을 느끼고, 생각하고 인식해서 아는 그
첫 번째 작용 이후에, 이미 지나간 첫 번째 작용을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내 지식, 내 인식, 내 알음알이,
내 식(識)대로 내 이미지대로 그림을 그리고, 해석하고, 분별한 뒤에 그렇게 스스로 분별해서 만들어
놓은 그림자, 상, 기억, 의식이라는 지나간 쓰레기를 붙잡고서는 '이것'이라고 동일시하는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진짜 생생한 실재(實在)는 찰나적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지면 그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생생한
작용이 일어났다 사라진 뒤에 남은 그림자, 기억, 이미지, 즉 스스로 만든 그림자, 기억, 이미지, 거기
에 대해 해석을 다시 하고 그 해석을 붙잡아 집착해서 스스로 괴움에 빠집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경험, A라는 의식작용은 이미 지나갔고, 그 뒤에 남은 A에 대한 나의 해석을 AA라고
해 봅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A에 대한 나의 해석인 AA라는 그림자, 이미지, 기억을 보고 그것을 A라고
착각합니다.
AA라는 그림자, 이미지, 기억은 내가 A에 대해 만든 생각, 분별, 망상, 해석일 뿐 진짜 A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AA를 A로 그렇게 여기는 것, 착각하는 것이지요.
바로 그 그림자, 이미지, 기억, 해석, 분별, 망상이 불교에서 말하는 의식(意識), 식(識), 알음알이, 분별심,
분별의식, 상(相), 분별망상, 허상입니다. 사람들은 바로 눈앞에 드러나 있는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실상(진실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바로 눈앞에 드러나 있는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실상
(진실한 모습)을 자기 의식(意識), 식(識), 알음알이, 분별심, 분별의식대로 해석한 분별망상 속에 그려진
그림자, 이미지로 파악을 합니다.
유식무경(唯識無境), 만법유식(萬法唯識)이라는 말은, 우리의 허망한 의식(意識), 식(識), 알음알이, 분별
심, 분별의식(分別意識)이 만법, 즉 세상 모든 것을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해서 붙여진
말들입니다.
금강경에서 바로 이 그림자, 이미지, 기억, 상(相)은 허망한 것이라는 사실을 똑바로 보면 곧장 여래를
본다고 했습니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 諸相非相 卽見
如來).
머리로 생각으로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해서 세상을 보지 말고, 직접적으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그대로의 눈앞, 당처(當處)를 그저 그냥 바라보세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그
대로는 언제나 눈앞, 당처(當處입니다. 과거에 대한 모든 생각들은 전부 다 허망한 허상이고, 분별이고
망상(妄想)이고 쓸데없는 번뇌(煩惱)일 뿐입니다. 이미 지나간 뒤에 남은 과거의 이미지를 그려놓고
지나간 이미지를 지금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오직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내 눈앞에 드러나 있는 이것만이 진실입니다. 이렇게 매 순간 진실은
지금 여기 이렇게 나타나 있지만, 사람들은 매 순간 지금 여기 이렇게 나타나 있는 진실을 보지 못하고
진실에 대해 각자 그림을 그려논 그림, 그림자, 기억, 이미지, 상(相), 즉 가짜만을 취(取)해서 봅니다.
눈앞,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면 곧바로 여래(如來), 즉 진실, 진리,
도(道), 부처, 불성, 근본성품(본성), 참나, 본래의 나, 본래면목, 깨달음, 주인공이라는 방편(方便)의
말이 가리키는 것, '이것'이 곧바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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