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소를 타고서 또 소를 찾는 사람

장백산-1 2020. 1. 28. 21:58

소를 타고서 또 소를 찾는 사람  

 

우습구나 소를 타고 있는 사람아. 

소를 타고 있으면서 또 소를 찾는구나. 

그림자 드리지 않는 나무를 베어다가 

저 바다의 거품을 다 태워버리리라. 


可笑騎牛子  騏牛更覓牛  斫來無影樹  銷盡海中漚 

가소기우자  기우갱멱우  작래무영수  소진해중구 


『소요태능』


선가에서는 마음을 찾는 일을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한다. 마음의 소라 하여 심우(心牛)라고도 한다. 

그래서 소를 찾는 과정을 그린 심우도(心牛圖) 또는 심우도(尋牛圖)라는 그림이 유명하다. 소를 타고 

있는 사람, 소를 찾는 사람, 소를 먹이는 사람 등등으로 부른다. 


난행고행을 하면서 소를 찾아 나서지만 찾고있는 소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정작 자신이 타고 있었다. 

소를 찾아 찾아나설 줄 아는 일이 벌써 그 찾으려는 소가 하는 일이다. 소가 아니면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이 글은 조선시대 소요 태능(逍遙 太能, 1562~1649) 스님의 게송이다. 마음을 알고 보니 소를 타고 소를 

찾는 일을 하였다. 소를 이미 타고있으면서 또 소를 찾는 일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나무를 베어다가 바다의 물거품을 다 태워버린다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소를 타고 있으면서 또 소를 찾는 일은 아예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다.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찾는다는 것이 소를 타고 있으면서 또 소를 찾는 격이다. 온 천지가 마음일 뿐이며, 

우주만물이 다 마음일 뿐인데 무슨 마음을 어디서 찾는다는 말인가. 참으로 우스꽝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음을 찾는다는 천하에 나그네들은 소를 타고 있으면서 또 소를 찾는 다는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불교인들의 모든 신앙행위가 실은 이 마음이라는 방편의 말이 가리키는 '이것'을 찾기 위한 것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마음이라는 방편의 말이 가리키는 '이것'을 찾는 일이 소를 타고 있으면서 

또 소를 찾는 일이라면 반드시 이 말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②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