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立文字 敎外別傳 (불립문자 교외별전)
문자로서는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자로 엮어진 경전 외에 따로 전한다.
不立文字 敎外別傳 (불립문자 교외별전)
『대범천왕문불결의경』
이 말 귀절은 말이나 문자로서는 불교의 가르침이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말인데도 불교역사상 이 구절을
새기기 위해서 말과 문자가 가장 많이 동원된 글귀이다. 이 글귀는 특히 ‘선(禪)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을
때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말씀이며 대개 이 말로써 선을 설명한다. 그리고 선불교(禪佛敎)의 기원이 되는
경전에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대범천왕문불결의경』이라는 경전이 있다. 이 경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때에 대범천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 세상에 오시어 40여 년 동안 갖가지 설법을 하시었습니다. 어찌 미증유의
법문이 아니겠습니까.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는 법이라 하겠습니까. 원컨대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천신들
을 위하여 보여주십시오.’
대범천왕은이 말을 마치고 금빛 나는 천 개의 잎이 달린 연꽃을 바치고 자신의 몸으로 법상을 대신하여
부처님을 앉게 하며 법을 간청하였다. 그 때 세존은 자리에 앉아 문득 꽃 한 송이을 들어 법회에 참석한
대중들에게 들어보였다. 법회에 모인 대중들과 비구들은 묵묵하였다. 그 때 오직 마하가섭 존자만이 곧
그것을 보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바로서서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마하가섭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정법을 깨달은 안목과 열반을 체득한 신묘한 마음이 있다. 그 안목과 신묘한 마음은 진실하고
영원한 것이지만 형상이 없는 미묘한 법문이다. 정법을 깨달은 안목과 열반을 체득한 신묘한 마음은
말이나 문자로서는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자로 엮어진 경전 밖에 별도로 전한다. 지혜가 있든 사람
이든 지혜가 없는 사람이던지 인연이 되면 증득할 것이다(正法眼藏 涅槃妙心 정법안장 열반묘심, 實相
無相 微妙法門 실상무상 미묘법문, 不立文字 敎外別傳 불립문자 교외별전, 有智無智 得因緣證 유지무지
득인연증). 오늘 내가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니 미래세에 여러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나서 마땅히 성불
(成佛)하리라.’라고 하였다.”
경전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염화미소(拈花微笑)니, 영산회상거염화(靈山會上擧拈花)니, 염화시중(拈花
示衆)이니,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니 하는 말로도 널리 전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禪)의 기원을
이 경전의 이야기에 근거(根據)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선불교(禪佛敎)는 참으로 멋지다. 선불교(禪佛敎)
는 한 송이의 꽃에서 출발하였다. 그래서 선(禪)은 아름답다. 선(禪)은 가장 멋지다. 선(禪)을 말하는 사람
치고 이 이야기를 근거로 삼지 않는 이가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선(禪)은 경전의 또다른 산물이다. 경전은 선불교의 어머니다. 결국은 “문자로서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경전 밖에 다르게 전한다.”라는 경전의 가르침을 높이 숭상하는 곳이 선원이며 선불교다.
그러므로 경전(經典)은 교(敎)에서보다 선(禪)에서 더욱 숭상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경전이
나 어록에는 이 不立文字 敎外別傳 (불립문자 교외별전) 구절보다 몇 배 뛰어나고 격이 높은 가르침들
이 수두룩하게 많기 때문이다.
사실『대범천왕문불결의경』같은 경전은 교에서는 수준이 낮은 경전이라고 보기 때문에 별로 눈여겨
보지 않는 경전에 속한다. 단지 이 말 한마디 때문에 가끔 거론하는 경전일 뿐이다.
그러나 선(禪)은 인류가 창조한 것 중에 가장 위대한 정신문화(精神文化)다. 선(禪)은 하나의 거울이다.
선(禪)은 사람의 마음상태를 환하게 비춘다. 선(禪)은 하나의 등불이다. 선(禪)은사람의 마음의 길을
안내한다. 또한 선(禪)은 일종의 생활태도다. 선(禪)은 일종의 처세방법이다. 선(禪)은 생각하는 지혜다.
그리고 선(禪)은 일종의 인생지침이다. 선(禪)은 인생 생명의 최고 지혜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선(禪)은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한다. 선(禪)은 사람들의 인격을 미화한다. 선(禪)은 사람들의 지혜를 개척한다.
선(禪)은 사람들의 역량을 강화한다. 선(禪)은 인생태도다. 선(禪)은 사람들에게 잠재된 능력 가운데
본래로 갖추고 있는 숭고한 정신 역량이다.
그러한 선(禪)을 한 송이 꽃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선(禪)은 간결하다. 쉽다. 선(禪)은 불필요하고
겉치레적인 설명이나 부수적인 요소는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도 무한히 높고 무한히 깊은 것이 또한
선(禪)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②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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