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그냥 왔다 그냥 가버리면 끝입니다.

장백산-1 2020. 2. 1. 15:19

그냥 왔다 그냥 가버리면 끝입니다.  - -  법상 스님


방금 전에 분명히 생각이 일어났는데 왔던 그 생각이 가버리고 지금은 그 생각이 없어요. 찾아봐도 없어요. 인연(因緣) 따라 생각이 일어나 나에게 왔었는데 그 생각을 찾아봐도 지금은 그 생각이 가버리고 없어요. 그런데 좀 전에 일어나 왔다가 가버린 그 소리에 집착하는 사람은 없지요? 나는 이 소리가 너무 듣기 좋아서 그 소리에 집착해서 이 소리가 나게 막 작은 종을 쳐주세요 하면서 불교 용품 파는 가게에 가서 이 작은 종을 사가지고 맨 날 이 작은 종을 치는 이러고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지금 여기 이 순 이 자리는 아무것도 집착하지 않거든요.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는 사람을 포함해서 정신적인 현상이건 물질적인 현상이건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이처럼 그냥 왔다 그냥 가버리면 그냥 그걸로 끝입니다.


이처럼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이 그냥 왔다 그냥 가버리면 끝인데, 이렇게 왔다 가도록 허용해주면 만사가 오케이인데, 오면 왔나보다 가면 가나보다 이렇게 하면 그만인데. 그런데 어떤 특정한 소리, 야 너 오늘 화장발 잘 받았네 라는 뭐 이런 좋은 얘기를 듣고는 칭찬을 듣고는 그 얘기를 계속 듣고 싶어합니다. 어떤 특정한 상황, 돈이 됐건, 뭐 어떤 칭찬 받는 상황이 됐건, 명예가 높아지는 게 됐던 그 상황은 그냥 이거랑(죽비소리가 일어났다 사라져버림) 똑같애요. 지가 오고 싶으면 왔다가 지가 갈 때 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분들은 내가 잘나서 내가 진급해서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잘나서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잘나고 내가 능력이 있어서 뭐 이것도 저것도 다 잘된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하고서 이런걸 더 끝까지 유지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살지만 그같은 모든 것들은 이것(죽비소리가 일어났다 사라져버림)과 똑같애요.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내가 잘나고 내가 잘해서 나에게 찾아왔고 내가 능력이 없고 잘못해서 가는 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그냥 시절인연(時節因緣) 따라 각각의 인연(因緣) 따라 왔다가 각각의 인연(因緣)이 다하면 떠나 가버리는 것들입니다. 다시 말해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내가 한 게 아니라 온 우주법계 전체가 연기법(緣起法), 중중무진(重重無盡)의 무한한 연기법(緣起法)으로서 각각의 그 연기법(緣起法) 전체가 이 온 우주법계 전체가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만들어내는데 다함께 동참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세상 모든 것들 그걸 다 내가 했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錯覺)을 하는 거예요. 내가 내 인생 바꿀 수 있다. 내가 내 인생을 더 화려하게 바꿀 수 있다. 더 멋있게 바꿀 수 있다.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아예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을 진실이라고 믿을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내가 한다고 착각(錯覺)을 하게 되면 내가 추구하는 바를 정해놓고 정해논 그것을 계속해서 좇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언제나 눈앞, 텅~빈 바탕,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그냥 이겁니다. 지금 여기엔 아무 일이 없고 아무 괴로움이 없습니다.


언제나 눈앞, 텅~빈 바탕,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그냥 있는 이것에 내 사고 방식대로 의미를 부여합니다. 어젯밤에 꿈을 꿨는데 야! 이게 악몽인 거 같애서 내 인생에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거 같애. 또는 어젯밤에 좋은 꿈을 꿔서 내 인생이 좋은 일이 벌어질 거 같애. 혹은 요즘에 뭔가 내가 일이 잘 풀리는 거 같애. 일이 안 풀리는 거 같애. 이거 뭔가 뜻이 있는 것이 아닐까? 여러분 여기(죽비소리가 일어났다 사라져버림) 무슨 뜻이 있을까요? 이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것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요? 이것이 여러분 인생에 뭐를 지금 힌트를 주고 있는 걸까요? 이 소리도 그냥 왔다 그냥 가버리면 그걸로 그냥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