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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은 그냥 왔다 그냥 간다

장백산-1 2020. 2. 24. 22:36

세상 모든 것은 그냥 왔다 그냥 간다  - - 법상 스님


세상 모든 것은 저절로 인연 따라 왔다가(생겨났다가) 저절로 인연 따라 간다(죽는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올 때가 되면 오고, 갈 때가 되면 간다. 세상 모든 것들 저마다 제각각 와야 할 때 정확히 오고, 

가야 할 때가 되면 정확하게 간다.


계절도, 밤과 낮도, 바람도, 구름도, 사람도, 인연도, 사건도, 사고도, 일도, 돈도, 명예도, 건강도, 모든 

것이 전부 다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이 다하면 반드시 가고야 만다. 이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생사법, 

생멸법이라는, 생겨난 모든 것들은 반드시 사라진다고 하는 법칙, 즉 제행무상(諸行無常 : 모든 것은 

항상함이 없다)의 법칙과 제법무아(諸法無我 :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의 법칙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사는 사람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 세상 모든 것이

올 때는 오도록 허용해주고, 갈 때는 가도록 허락해준다. 올 때 더 많이 안 왔다고 괴로워하지 않고, 갈 때 

왜 벌써 가느냐고 따지고 원망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것은 순리대로 왔다가 순리대로 간다는 

사실을 알기에, 언제 이 세상을 떠날 지 모름을 이해해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그래서 모든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지도 않고, 이 세상을 하직할 때도 과도하게 슬퍼하지

도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과도하게 소유하려거나 버리려는 것이 없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 세상 모든 

것이 제행무상(諸行無常)이고 제법무아(諸法無我)라는 속성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인연 따라 이 세상에 생겨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속성, 인연 따라 이 세상에 오면 반드시 간다는 속성, 즉

법인(法印 : 진실한 이치의 도장)에는 '나'도 빼놓을 수가 없다. 나 또한 인연 따라 이 세상에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는 것일 뿐이다. 이 세상의 사실이 진실이 이러할진데 무엇 때문에 무엇을 집착하겠는가.


여래여거(如來如去 : 온듯 간듯)가 부처, 마음(心), 도(道), 깨달음이라는 방편의 말이 가리키는 것의 또

다른 방편의 말이다. 여여하게 왔다가(如來) 여여하게 가는(如去), 세상 모든 것들이 인연 따라 올 때는

오도록 허락해주고, 인연이 다해서 떠나갈 때는 가도록 허락해서 붙잡지 않고 그저 내버려두고 허용해 

주는 존재라는 뜻이 여래여거(如來如去)다.


여래여거(如來如去)처럼 여래여거하게 사는 것이 삶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을 그냥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라. 그것들을 내 맘대로 어떻게 해보려고 헛되이 애쓰지 말라. 취하거나 

버리지 못해 안달할 것이 하나도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오면 오도록, 가면 가도록 허락해 주라. 모든 것은 인연 따라서 와야 하기 때문에 왔고, 

왔기에 머물다가 인연이 다하면 저절로 사라져 가는 것일 뿐이다. 오면 올뿐 가면 갈뿐 그저 그럴 뿐인것, 

그런 것을 두고 괴로워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집착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인연 따라 내게 찾아온 것들을 잘 쓰고, 응용하며, 대응할 필요는 있겠지만, 내게 찾아온 것들을 마음으로

붙잡아 집착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인연 따라 모든 것이 오고 갈 때, 오고 가도록 허용해 주는 것, 거기에 참된 자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