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생겨났다가 반드시 사라지는 이 세상 모든 것들

장백산-1 2020. 5. 9. 14:56

생겨났다가 반드시 사라지는 이 세상 모든 것들


모르는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욕을 하고 지나갑니다. 그 순간 화가 일어납니다. 그 사람이 가는

방향으로 돌아보니 그는 벌써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 사건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 어깨를 치면서 

욕하고 지나간 그 사람이 이해가 안 되고, 얄밉고, 원망스럽고, 화가 치밀어 올라옵니다.


이런 경우를 한 번 살펴보죠. 그 사람은 이미 왔다가 이미 사라져버렸습니다.  그가 한 욕도 왔다가 

이미 가버렸습니다. 어깨를 툭 친 그 가벼운 통증도 왔다가 이미 가버렸습니다. 이제 지금 여기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는 여전히 그 사람에 대한 미움과 원망과 화라는 이미지(相 : 모양)가 찌거기로

남아 있습니다. 네, 지금 여기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이미 지나간 일이 남기고 간 찌꺼기 생각들입니다.

10년 전에 내 뒤에서 나를 욕했던 친한 친구의 비난은 어쩌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마음 속에

찌꺼기로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친구가 한 욕이나 비난은 인연생(因緣生) 인연멸(因緣滅)로 이미 인연 

따라 생겨났다가 인연 따라 사라져버지고 지금 여기에는 없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20년 전에 들었던 말이 충격이 되어, 인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현재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5년 전에 시험에서 연거푸 떨어진 일, 10년 전에 부모님께 크게 맞은 일, 15년 전에 

받은 충격에 대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우리는 이미 일어났다 지나가버린 일들에 대한 찌꺼기 

생각들이라는 거짓된 상(相 : 이미지, 상)에 여전히 빠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건은 이미 생겨났다 지나갔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그 허망한 상(相)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면, 

이는 얼마나 황당하고 허망하고 비상식적인 일이겠어요? 사실 이 세상 모든 것, 우주삼라만상만물,

우리들은 생겨났다가 사라져버리고는 그걸로 끝입니다. 남기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 우주삼라만상만물, 우리들은 적멸(寂滅), 공(空), 무(無)로 돌아갑니다. 인연 따라 

생겨났다가 인연 따라 사라져버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은, 즉 연기적인 존재(緣起法)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無我, 非實體性), 인연화합으로 생겨났다가 인연화합이 다하면 사라져버리는 그뿐입니다.

연기적인 존재, 연기법(緣起法) 그것은 실체가 아니기에, 실질적으로 나를 괴롭히지 못합니다.

내가 생각으로 인연법 연기법을 붙잡아 허망하게 괴로워하지만 않으면 말이지요.


이처럼 삶의 모든 것들, 이 세상 모든 것들, 우주만물은 인연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떠나갈 뿐입니다.

인연 따라 생겨났다가 인연 따라 사라져버리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들'이

라고 하여 생멸법(生滅法), 생사법(生死法)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릅니다.


우주만물, 이 세상 모든 것들, 우리들은 인연 따라 생겨나고 인연 따라 사라져가는 것들일 뿐입니다.

인연법, 연기법, 생사법, 생멸법인 우주만물, 이 세상 모든 것들, 우리들은 비실체성(非實體性)이고 

공(空)이고 무아(無我)입니다. 진실이 이러니 인연법, 연기법, 생사법, 생멸법인 우주만물, 이 세상 

모든 것들, 우리들, 그것들에 집착하고 그것들을 붙잡아 두려고 헛되게 애쓸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사라져가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그저 왔다가 가도록 내버려두기만 하면, 

세상에는 문제가 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작 문제는, 내 스스로 실체가 없는 꿈,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 같은 이 세상 모든 것들 중에 마음에 드는 어떤 것을 집착하고, 나쁜 것은 

싫어하는 등 취사간택심, 분별심, 차별심을 일으키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현실세상은 있는 그대로 진실세상(眞實世上)입니다. 현실세상, 진실세상

에는 문제가 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진실세상 현실세상을 진실세상

그대로 내버려 두세요. 실체가 없는 이 세상 모든 것을 공연히 붙잡아 집착해서 문제를 만들지 말고, 

그저 한 발자국 떨어져서 말없이 있는 그대로의 그것들을 바라보십시오. 자유롭게 왔다가 가도록 허용

해 주세요.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사라져버리는 실체가 없는 우주만물,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여래여거

(如來如去), 부처(佛), 여래(如來)라는 명칭으로도 부릅니다. 실체가 없는 인연법, 연기법, 생사법, 

생멸법인 우주만물, 이 세상 모든 것들, 우리들은 즉 여여하게 왔다가 여여하게 가는 것들입니다.


연기적인 존재로 생겨났다가 사라져버리는 실체가 없는 것들을 '붙잡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그저 

여래여거하게, 즉 온 듯 간 듯 내버려 두는 것이지요.


여러분 삶에, 내버려 두지 못하고 여전히 집착해서 붙잡아 두고있는 것들이 있나요?

그것들이 당신을 괴롭힐 것입니다. 집착해서 붙잡아 두는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자유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