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아들을 잃은 여인

장백산-1 2020. 5. 15. 20:36

아들을 잃은 여인


“죽지 않는 생명은 그 어디에도 없다”


아들을 잃은 '끼사 고따미'에게 죽음 경험 없는 집을 찾아가서 

겨자씨 얻어오란 부처님 말에 죽음 소용없음 안뒤 집착서 벗어나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 고통의 무게를 견디거나 외면하는 것은 쾌락의 달콤함 때문일 것이다. 쾌락이 주는 달콤함에 취해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바르게 보지 못하기에, 고통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우리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든다. 붓다는 이런 중생들이 바르게 보고, 바르게 알아, 바르게 말하며 바르게 행동하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분이다.


‘테리가타(장로니의 게송)’의 주석서에 보면, 아들을 잃은 끼사 고따미(Kisa Gotamī)의 이야기가 전한다. 끼사 고따미의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여 불교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이러하다. 


석가모니 부처님 재세 당시, 인도의 16대국 가운데 하나인 코살라국의 수도 사왓띠에 가난한 바라문 집안에 끼사 고따미라는 여인이 태어났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보기에도 측은할 만큼 말라서, '말라깽이(끼사) 고따미'라 불렸다. 그런 그녀는 자라 상인의 아들과 결혼을 했으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들을 낳았고 그녀는 결혼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비로소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행복감도 오래지 않아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아들이 죽었다. 그녀는 아들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죽은 아들을 안고 사람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이를 측은히 여긴 한 사람이 것가모니 부처님을 찾아가 부탁을 하면 혹 아들을 살릴 방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주었다. 끼사 고따미는 그 길로 석가모니 부처님을 찾아뵙고 아들을 살려줄 것을 간청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아들을 살릴 약을 알려주겠소. 단 그대가 사는 마을에 가서 사람이 단 한 명도 죽은 적이 없는 집, 다시 말해 부모도 자식도 형제도 그 누구도 죽은 적이 없는 집에 가서 겨자씨를 얻어 와야 약을 알려주겠소”라고 일러 주었다. 아들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끼사 고따미는 아이를 안고 마을로 달려갔다. 발이 다 헤어질 정도로 집집마다 다녀봤지만 죽은 사람이 단 사람도 없는 그런 집은 없었다. 어느 덧 해는 저물어 어둑어둑해졌다. 망연자실하여 주저앉아 있던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지금까지 나는 내 자식만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미 죽었구나.”  그 순간, 그녀는 죽은 아들의 육신에 대한 집착을 놓을 수 있었다.


범부 중생은 기적을 바란다. 그러나 석가모니 부처님은 기적을 행하는 분이 아니다. 기적이란 말 그대로 죽은 이를 살리거나, 봉사의 눈을 뜨게 하거나, 걷지 못하는 자를 걷게 만드는 것 등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 마음의 진정한 안심(安心)을 얻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손이 있으나 그 손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발이 있으나 그 발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른다. 있으니까 그냥 아무렇게나 사용하면서 자신과 주위를 해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붓다는 사람들에게 이 현실세상의 참 모습을 바로 보게 하여 고통의 늪에서 헤어 나와 안심(安心)의 삶을 살게 한다. 이것이 진정한 기적이다. 그래서 끼사 고따미 역시 붓다의 제자가 되어 악마 마라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는 존재가 된다.


“(악마 마라) 그대는 아들을 잃어버리고 홀로 슬퍼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가? 외롭게 숲속 깊이 들어와 혹시 남자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끼사 고따미) 언제나 자식을 잃은 어머니도 아니고, 남자도 이미 지나난 일이네. 나는 슬퍼하지 않고 울지 않으니 벗이여, 그대를 두려워하지 않네. 모든 쾌락은 부서졌고 어두운 구성요소는 파괴되었네. 죽음의 군대에 승리하여, 속세의 분분별 망상 번뇌 없이 나는 편안하게 살아가네.(SN.I, p.129)”


붓다가 끼사 고따미의 아들을 살려주었다면 그녀는 어떠했을까. 일시적인 달콤함에 취해 고통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또 다른 고통에 몸부림치며 살았을 것이다. 붓다는 언제나 그렇듯 고통의 원인(原因)을 곧바로 제거하여 바로 그 자리에서 안심(安心)을 얻게 하고 진리(眞理)에 눈을 뜨게 한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37호 / 2020년 5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삶의 향기 메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因緣)   (0) 2020.05.16
꿈과 같은 인생(무상한 인생)  (0) 2020.05.16
인간의 귀천(貴賤)을 결정하는 것은?  (0) 2020.05.14
깨달으면 행복해지는 이유  (0) 2020.05.13
함께 있으면 닮아간다  (0) 2020.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