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착각(錯覺)에서 속히 깨어나라

장백산-1 2020. 5. 18. 14:52

착각(錯覺)에서 속히 깨어나라  / 우룡스님


먼저 엉뚱한 질문부터 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는 불자(佛子)입니까?  아니면

불교신자(佛敎信者)입니까? 불자는 '나' 스스로 부처가 되어나가는 사람이요, 불교신자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무조건 믿고 의지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는 불자입니까?  불교신자입니까?


석가모니 부처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의 힘으로 걸어가서 자기의 힘으로 성취하고 자기의 

힘으로 마무리를 하신 분입니다. 이처럼 불교는 맹목적으로 무조건 믿고 따라가는 종교가 아닙니다.

'나' 스스로가 부처(붓다, 깨달은 자)가 되는 길을 걷는 종교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처럼 '나'의 힘

으로 하나씩 하나씩 고쳐 나가고 닦아나가는 불자(佛子)가 참된 부처님의 제자요, 맹목적으로 무조건 

믿고 따라만 가는 불교신자는 참된 불자가 아닙니다. 


불자의 길을 밥에 대한 설명으로 예을 들면 이렇습니다. "밥에는 이러이러한 영양분이 들어있고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게 된다. 너희가 그 밥을 직접 먹어보아라. 직접 밥을 먹어보고 배가 부르거든, 

'아, 밥을 먹어보니 배가 부르더라' 는 그것만 믿어라."


불경을 많이 보신 분은 알겠지만, 불경 어느 경전 어느 구절에 '나, 석가모니를 믿고 따르라'는 말이 

있습니까? 팔만대장경을 전부 살펴보아도 석가모니 부처님의 말씀에는 '내가 한 말이니 믿어라. 

무조건 내 말을 믿고 따라오라'는 말씀은 없습니다. 


오직 '너의 힘으로 하라' '직접 체험한 것을 믿어라'고 하셨습니다. 직접 밥을 먹어보고 배가 부르거든, 

'아, 밥을 먹어보니 배가 부르더라'는 그 경험만을 믿으라고 하셨습니다. 


불교인들 가운데는 부처님을 '나'의 욕심을 채워주는 분으로 착각을 하는 '불교신자'들이 많습니다. 

"제가 저지른 잘못이오나 그 허물은 부처님께서 자비심으로 덮어주시고, 저에게 좋은 결과를 주소서"

이렇게 요행을 바라며 불교를 믿는 '불교신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나'의 욕심을 채워주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옆에 계시다면 냉정하게 깨우쳐 주실 것입니다. 


"네가 뿌린 씨앗의 열매는 네가 거두어야지. 씨앗은 네가 뿌려놓고 열매는 누구더러 따라고 하느냐?

네가 뿌린 씨앗의 열매는 너 외에는 거둘 이가 없다" 이것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따라서 석가모니 부처님 처럼 나는 찾아오는 불자들에게 당부를 드립니다. "부처를 믿지도 말고 부처

님께 기대지도 마십시오. 오직 자신을 뒤돌아보십시오. 사람들이 '내다, 내다' 고 하는 그 '나'를 뒤돌

아보십시오. 전생을 볼 능력이 없으므로 전생 일은 그만두고라도, 금생에 내가 뿌린 씨앗은 뒤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복의 씨앗을 뿌렸으면 복의 열매가 저절로 오게 되어 있고 내가 재앙의 씨앗

을 뿌렸으면 내가 그 재앙의 열매를 감당해야지 어떻게 하겠습니까?" 실로 '나'의 인생은 '나'의 책임

일 뿐. 석가모니 부처님은 모든 사람들을 책임져 주는 분이 아니십니다. 


<능엄경>을 보면, 부처님의 사촌동생이요 부처님께서 지극히 아끼는 아난존자가 마등가의 유혹에 

빠졌다가 벗어났을 때, 아난존자가 석가모니 부처님께 고백한 대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가 석가모니 부처님을 따라 발심하여 출가하였사오나 석가모니 부처님의 위엄과 신령스러움만 

믿고서 늘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애써 닦지 아니하여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나에게 삼매(三昧)

를 얻게 해 주실 것이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몸과 마음은 본래 서로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저의 본심을 잃었으니, 몸은 비록 출가

하였으나 마음은 도에 들어가지 못함이 마치 가난한 아이가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간 것과 같습니다. 

오늘에야 비로소 제 아무리 많이 부처님 법문을 들었다 하더라도 제가 직접 수행하지 않으면 듣지 

아니한 것과 같음을 알았사오니, 이는 마치 사람들이 말로만 음식을 말하고 직접 음식을 먹지 않으면 

결코 배 부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들도 모두가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재가자 분들은 아들 딸을 키우고 있지만, 과연 아들 딸을 대신

하여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지금 울산에 사는 50대 주부가 40대 초반에 경험한 일입니다. 

딸이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러가는 날, 그녀는 아침밥을 해 먹이고시험을 치러가는 딸의 뒤를 쳐다

보며 울었습니다. '사랑하는 딸의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해줄 것 같았는데 어머니가 되어 시험을 치러

가는 딸을 대신 하여 막상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었기 때문' 입니다. 


그녀는 내게 말했습니다. "스님, 엄마가 이렇게도 무능한 존재이고, 사랑하는 딸에게 이렇게도 해줄 

것이 없는 존재인지를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아들 딸을 대신하여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있습니까? 얼른 생각하면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있을 것으로 착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착각이요 욕심이요 망상일 

뿐입니다. 


나는 우리 불자들에게 자주 질문을 합니다. "화장실에 '나' 대신 아들 딸을 보내 내 볼일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 '나'의 배가 고플 때 아들이 음식을 먹는다고 하여 '나'의 배가 불러본 이가 누구입니까?

'나'의 목이 마를 때 남편이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목이 시원했던 사람이 있습니까?" 이 질문을 받고 

"저요!" 라고 답하는 분은 아직까지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바쁘다고 동동 뛰어봐야 별 수 없고, 힘들다고 소리쳐

본들 별 수가 없습니다. '나'의 일은 내가 해야만 합니다. '나'의 인생은 내가 살아야만 합니다. 내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인생이기에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허다할 뿐입니다. 사실이 이런데 왜 

'나'의 일을 누군가가 해줄 것이라 믿습니까? 왜 부처님께서 대신해줄 것으로 믿습니까? 이제부터는

이와 같은 착각은 버려야 합니다. 착각을 버리고 '나'를 뒤돌아보며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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