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본다. - - 법상스님
<히밀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몸이 아프니까 오히려 잡다한 생각들이 올라오지 않아 좋은 점도 있다. 몸이 아파 좋은 점은 잡념,
상상, 계획, 욕구, 바램, 과거나 미래 따위에 대한 모든 생각의 에너지도 힘을 잃고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야말로 잡다한 생각들 없이 오직 걷기만 할 수 있다. 아니 그냥 그저
걸을 뿐, 다른 아무것도 할 기운이 없다. 심지어 머릿속으로 생각을 굴려낼 에너지조차 전부 고갈된
듯하다.
한 발도 내딛기 힘든 아프고 묵직한 몸을 한 발자국 떨어져 관찰해 본다. 아픈 내 몸이 힘겹게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기 그 길위에서 어떤 한 존재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저 걷고 있음이
관찰된다. 걷고 있음에 어떤 아무런 생각,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도 붙이지 않고 그냥 그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그대로의 자연 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며 걷는다.
신기하게도 몸은 건강하고 쨍쨍할 때보다 이렇게 주춤거리며 아플 때 지켜보는 것이 한결 쉽다.
그리고 그렇게 아픈 중에도 아픔을 관찰하는 것은 전혀 아프지가 않다. 그저 아프다고 이름 붙인
어떤 현상이 거기에서 전개되고 있을 뿐, 오히려 아픈 그 느낌을 관찰하면서 한편에서는 미묘한
즐거움이랄까, 바라봄(관찰)에 대한 깊고 내밀한 차원을 누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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