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광반조(廻光返照) - - 법상스님
무언가를 볼 때 그 대상을 보자마자 보이는 그 대상에 끌려다니고, 보이는 그 대상이 무엇인지를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 확인하고, 나에게 그 대상이 좋은건지 싫은건지를 판별하면서, 보이는
대상에게 온통 관심이 쏠리게 된다.
그런데 문득, 보이는 대상에만 쏠려 있는 의식의 빛을 돌이켜 보는 자가 누구인지를 비추어 보라.
이렇게 하는 것을 일러 회광반조(廻光返照)라 한다.
사람들은 보통 읿반적으로 '보고 있다', '듣고 있다', '말하고 있다', '느끼고 있다', '생각하고 있다'
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보는 것을 통해 '있다' '있음' 'Beingness'가 확인된다. 보는 작용에 의해
대상을 보고 있는 주체인 무언가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대상을 보고 있는 주체인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대상을 본다는 사실은 곧 그 대상을
보는 무언가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 무언가가 '있음'은 마치 눈이라는 도구를 통해 대상을
보지만, 그 눈이 그 눈은 결코 보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평생 거울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자신의 눈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내 눈으로 직접 내 눈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모든 것을 본다는 작용을 통해 얼굴에 눈이 있음을
확인한다.
이와 마찬가지다. 보는 작용을 통해 보고있는 주체가 '있음'이 확인되고, 듣는 작용을 통해 듣고있는
놈이 '있음'이 확인된다. 이 '있음'이라는 존재감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 그렇게 '있을까?'
보자마자 해석하고, 듣자마자 해석하는 분별심 이전에 '보고 있음', '듣고 있음', '봄', '들음' 그 자체,
그 첫 번째 자리에서 지금 여기에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들어 볼 수는 없을까?
회광반조(廻光返照)해서 보라.
형체가 없기 때문에 그 무엇이라고 말 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고, 크기도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분명하게 확인되는 이 '있음'은 과연 무엇일까?
당신은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지 않은가? 보는 것을 통해 이 '있음'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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