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늘 성성적적(惺惺寂寂)하다.
2021년 1월 24일 오늘은 부산 대원정사 개원법회가 있는 날입니다. 코로나19 시국이라 소수의 인원만 동참하실 수밖에 없지만, 도반님들의 많은 도움 덕분에 원만하게 도량을 개원할 수 있게 된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치 뱃사공이 없는 빈 배가 물결치는 대로 물결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밑으로 내려갔다 하듯이, 산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계곡물이 지형을 따라 굽이 돌기도 하고 곧게 흐르기도 하듯이, 마음에 그 어떤 알음알이(분별심, 識, 분별의식)도 없이, 우주공간, 허공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일체 모든 작용과 현상인 삼라만상만물이 그냥 그저 그러할 뿐이다.
우주삼라만상만물 모든 것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공적영지(空寂靈知), 정혜등지(定慧等知), 성성적적(惺惺寂寂)이다. 공적(空寂)한 가운데 영지(靈知)가 이처럼 활짝 깨어있으니, 보이면 보고, 들리면 듣고, 추우면 옷 입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똥 마려우면 똥 누고, 오줌 마려우면 오줌을 눈다. 그냥 그저 이것 뿐이다. 말하고, 걷고, 서고, 앉고, 눕고, 침묵하고 그냥 그저 이거 이뿐이다. 이것이 전부 다이다. 이거 외에 다른 것을 붙이려고 하면 그것은 전부가 다 알음알이(분별심, 識, 분별의식)일 뿐이다.
그 어떤 알음알이(분별심, 識, 분별의식)를 붙이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보면, 이것이 전부 아닌가? 산은 푸르고, 매미는 울고, 바람은 불어 온다. 이것이 전부 다이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일이 주어지면 열심히 일을 한다. 이것이 전부 다이다. 이것이 곧 일행삼매(一行三昧)이고, 직심(直心)이며, 공적영지(空寂靈知)이고, 정혜등지(定慧等知), 성성적적(惺惺寂寂)이 아니던가?
내맡겨 흘러감에 자재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저 인연(因緣) 따라 모든 것을 법계(法界)에 내맡겨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자재(自在)하게 흘러갈 뿐이다. 이같은 자유자재한 흐름에 걸릴 것이 무엇이 있는가?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인연(因緣)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흘러가되 아무런 어떤 걸림도 없고, 선(善)을 닦는다거나 악(惡)을 끊는다거나 하는 분별을 하는 생각도 아예 없다. 둘로 나뉘는 분별심(分別心)이 다 쉬어, 마음이 곧고 꾸밈이 없다. 모든 것을 그저 있는 그대로 무심(無心)하게 보고 들을 뿐이다. 그저 그뿐이다.
상대할 대상(對相)이 전부 다 끊어져서 어느 것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이것 하나뿐임이 자명(自明)하다. 그 누가 있어 나를 괴롭게 만들 수 있고, 경쟁을 할 그 누가 있는가? 대상이 전부 다 사라지고 없다. 전부가 다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동시에 지금 여기에 이렇게 전부가 다 살아있다.
그러니 인위적으로 애를 쓰면서 분별 망상 번뇌를 털어버리려는 노력이 필요할까? 선(善)을 닦고 악(惡)을 버리려는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할까? 오직 이것 하나뿐인데. 허망한 감정을 일으킬 한 생각도 없으니, 반연을 잊으려고 애쓸 것도 없다.
이 세상은 아무런 애씀이나 노력이나 힘들일 것 없이, 자연스럽게 늘 내맡겨 흘러갈 뿐이지만, 정혜가 완전히 갖추어져 있고, 언제나 늘 성성적적(惺惺寂寂)하다.
- 법상 합장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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