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거지 주지와 톨스토이와 어느 머슴의 3평의 땅

장백산-1 2021. 3. 29. 02:22

거지 주지와 톨스토이와 어느 머슴의 3평의 땅

# 옛날 어느 절에서 법회를 하는 날이면, 아침 일찍 절입구에 초라한 거지가 구걸을 하는 것이었다. 그 거지는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 한푼만 보태달라고 사정을 하였지만 어느 누구도 그 거지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고 어느날, 그 절에서 관음전 낙성식이 있는 날 그 날은 새로운 주지스님이 소임을 받고 그 절로 온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누구도 새로 오는 주지스님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윽고, 낙성식 겸 새로운 주지 스님이 부임 하는 날, 항상 절 입구에서 구걸을 하던 거지가 법당 안으로 들어서자 나가라고 오늘은 큰 행사가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그 거지를 내 쫓는 것이었다. 화를 내며 나가라고 고함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윽고 행사가 진행 되는데 새로 오신다는 주지스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자 많은 신도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 거지가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앞으로 나가더니 법석에 앉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누가 저 사람 좀 끌어 내라고" 고함치며 장내가 아수랑장이 되자, 법석에 앉은 거지는 요지부동의 자세로 사람들을 향하여 한마디를 던진다. 

"이 중에 참 불자가 있는가? 이 중에 바른 눈을 가진 자 누구인가? 이 중에 보시를 하는 자 누구인가? 이 중에 육바라밀을 배운 자 누구인가?" 그리고 그 거지는 말을 잇는다. "내가 이 절에 소임을 맡은 새로운 주지올시다. 여러분들이 과연 부처님의 제자라 할 수 있는가? 여러분들은 겉모습으로 차림새로 사람을 판단하고, 사람 보는 지혜의 눈도 못 뜨고서 무슨 부처님전에 공양을 올리고 복을 구한다는 말인가? 부처님과 거래를 하러 오는 사람이지. 어떻게 불공을 드리러 오는 사람이라 하겠는가? 

부처님께 절하면서 뭐, 뭐 잘 되게나 해 달라고 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께 거래를 하자는 행동이다. 오늘 절에 와서 절하고 기도 했으니 내가 소원을 들어 달라고 부처님과 거래를 하려는 자가 어찌 불제자가 될 수 있겠는가?" "나는 거의 한 달 가까이 이 절 일주문 앞에서 여러분들에게 거지 행색을 하고 구걸을 해 보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나 건네거나 돈 한 푼 기꺼이 보시한 사람이 있었던가? 

복 짓는 일도 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부처님 전에 찾아와 잘 되게만 해 달라고 떼를 쓰니 그게 거래가 아니고 무엇인가? 부처님께서는 그런 조건부 거래하라는게 아니라, 살아오면서 전생부터 금생에 이르기까지 지은 알게 모르게 쌓은 업장(業障)를 참회하라 하셨거늘, 그 일은 내 팽개치고 그냥 잘 되게만 해 달라고 해서는 불자가 아니다" 라고 하자, 어떤 이는 울고, 어떤 이는 가슴을 치고, 어떤 이는 법당을 살며시 빠져 나와 줄행랑을 치는 것이었다. 

나 스스로도 외모와 조건으로 사람의 인격을 분별하고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도 한 번쯤 뒤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 톨스토이와 어느 머슴의 3평의 땅

톨스토이의 작품에 '이반'이라는 농부는 평생토록 주인집에서 머슴살이를 했습니다. 어느날 주인은 이 머슴을 독립시켜 주려고 불렸습니다. "내일 아침부터 네가 밟고 돌아오는 땅은 모두 네게 주겠다. " 평생을 머슴살이로 늙은 그 머슴은 다음 날 새벽을 기다리느라고 한잠도 못잤습니다. 새벽부터 달리기 시작한 그는 쉬는 시간도 없이 뛰고 또 뛰었습니다. 한 평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뛰었습니다. 

그 머슴은 평생의 한을 풀려고 밤이 늦도록 뛰어 주인집 대문에 들어서면서 지쳐 쓰러져 그만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머슴이  마지막 차지한 땅은 "그가 묻힌 3평의 땅 뿐이었습니다. 무덤으로 쓰인 3평의 땅이 그가 평생토록 머슴살이 하고 뛰고 또 뛰어서 얻은 땅이었습니다. 

톨스토이 작품에만 이같이 어리석은 머슴인 '이반'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 많습니다. 많은 것을 얻고도,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욕심으로 가득차서 먹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어리석게 살다가 어느날 3평의 땅 무덤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말입니다. 욕심으로 가득찬 사람의 눈에는 3평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밤이라도 이 세상을 등질수 있는 인생인데, 3평 만을 위해서 머슴살이 노릇 할 수는 없습니다.

 

# 자기 식구를 먹여 살릴 정도 이상의 많은 땅을 가진 사람은 수많은 가난한 사람을 만든 죄인으로 다루어야 한다.

 

-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