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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본래 없다면서 법율과 계율을 어기면 왜 죄가 됩니까?

장백산-1 2021. 4. 4. 17:13

죄가 본래 없다면서 법율과 계율을 어기면 왜 죄가 됩니까?

(질문)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 : 죄는 자체의 성품이 없고 마음을 따라 일어난다)라고 하여, 죄(罪)는 본래 자체의 성품, 즉 자성(自性)이 없기 때문에, 즉 공(空)하기  때문에 죄(罪)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것은 하면 안 된다’는 법(法)이나 계율(戒律)이 있으니, 법(法)이나 계율(戒律)을 어기는 것은 죄(罪)가 아닌가요?

(답변)
그래서 불교에 근본법(根本法)과 방편법(方便法) 두 법(法)이 있습니다. 근본법(根本法)에서 죄(罪)를 본다면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라서 죄(罪)의 성품이 공(空)해서 죄가 없지만, 방편법(方便法)에서 죄(罪)를 본다면 실정법상 분명 죄(罪)는 있습니다. 또한 죄(罪)를 지으면 죄(罪)의 과보(果報)를 분명히 받습니다. 

예를 들어 타인으로부터 욕을 먹으면 기분이 나쁩니다. 그러나 욕(辱)에는 사실 실체(實體)가 없어서 공(空)해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욕을 먹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도 합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욕을 조금만 얻어먹어도 죽을 것처럼 괴롭워 하기도 합니다. 욕에 근본법(根本法)과 방편법(方便法)으로 어떤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욕은 크게 괴로운 것도 되었다가, 아무것도 아닌 것도 되었다가 하는 것입니다. 

근본법(根本法)에서 욕을 본다면 욕에는 잘못도 없고, 나쁜 것도 아니며, 실체(實體)가 없어서 공(空)합니다. 반면에 방편법(方便法) 에서 욕을 본다면 분명 사람들은 욕을 먹으면 괴로워합니다. 욕을 먹어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라면 욕을 먹든 말든 상관 없겠지요. 다른 덕목(德目)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成功)을 하든 실패(失敗)를 하든, 성적이 좋든 나쁘든, 유명해지든 아니든, 돈을 많이 벌든 아니든, 성공 실패, 유명 무, 명 돈이 많음 돈이 적음, 그것 자체에는 아무런 성품도 없어서 공(空)합니다. 그래서 이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돈이 많이 없어도, 가난해도, 성적이 나빠도, 유명하지 않아도 괴롭지 않고 자유(自由)롭고 행복(幸福)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부자(富者)를 꿈꾸고, 성공(成功)을 꿈꾸고, 유명인(有名人) 되기를 꿈꿉니다. 모든 것이 공(空)한 줄 알면서도 돈, 성공, 유명해지는 것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근본법(根本法)에서 돈, 성공, 인기 등을 보면 이것들 모두가 공(空)하지만, 방편법(方便法)에서 돈, 성공, 인기 등을 보면 사람들이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법칙을 잘 지키고, 착하게 살고, 보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성공과 실패, 칭찬과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삶과 죽음에서조차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근본법(根本法)을 입에 담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도 못하면서 근본법(根本法)이 어떻다고 떠들면서 방편법(方便法)을 무시한 채 막가파식의 행동을 해서는 곤란하겠지요. 방편법(方便法)을 무시하게 되면, 법율과 계율을 지킬 필요도 없고, 수행을 할 필요도 없으며, 절 수행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됩니다. 방편법(方便法)과 근본법(根本法)의 조화(調和)와 중도(中道)가 수행자에게는 귀중합니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