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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것'과 ‘내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장백산-1 2021. 6. 29. 15:04

'나라는 것'과 ‘내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스님은 스님이라는 틀, 즉 중(僧/스님)이라는 상(相)을 깨는 사람

 

불교공부를 하고, 수행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정말이지 깨부수기가 쉽지 않은 큰 아상(我相)에 빠져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수행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나는 수행 잘 하는 사람이다.’ 라는 등의 ‘나 잘났다’ 하는 상(相), 즉 아상(我相)을 많이 만들어 낸다. 물론  ‘나 잘났다’ 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면 잘못이고 틀렸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그런 마음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자책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나 잘났다’ 하는 그런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잘 지켜봄으로써 ‘나’라고 여기는 허상(虛相)에서 바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나’라고 여기는 허상(虛相)에서 바로 벗어나는 것 이건 수행자들에게 있어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수행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나’라고 여기는 허상(虛相) 이 점을 잘 지켜보는 것이다. ‘나’라고 여기는 허상(虛相)을 잘 지켜봐서 ‘나’라고 여기는 허상(虛相) 거기에 빠지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것이 수행이다. 그것이야말로 아상(我相)이라는 허상(虛相)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난 수행자다’하는 아상그 껍데기들, 그 ‘나 잘났다 하는 마음’ 그 마음을 잘 닦아낼 수 있어야 비로소 수행자의 대열에 들 수 있다. 물론 이건 수행자만에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어떤 것과 동일시(同一視) 해 놓고 동일시(同一視) 해 논 그것이 자신인 줄 착각(錯覺)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나 자신과 동일시(同一視)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것이 ‘나’일 수 있겠는가. 딱 잘라 ‘이것이 나다’라고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무엇을 가지고 스스로 열등감과 우월감을 가질 것인가. 돈 좀 있고, 명예가 좀 높고, 사회적으로 이름 좀 드날린다고 치자. 그것이 나인가? 절대 그것이 나는 아니다. 그냥 그것은 일종의 잠시 동안 걸치는 껍데기일 뿐이다. 사람들은 껍데기에 속을 것이고 물론 스스로도 껍데기에 속는다. 그러나 지혜(智慧)로운 사람라면 그같은 가짜 껍떼기를 깨부수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씌워놓은 온갖 상(相)들, 껍데기들을 홀가분하게 벗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는 온갖 상(相)들, 껍데기들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면서, 돈을 물쓰듯 펑펑 쓰고 살면, 남들이 나를 대접해 준다.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다르다. 그것은 너무나도 달콤하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차, 좋은 집, 많은 돈을 버리기 싫다.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많이 주목받고 싶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으며, 내 이름을 세상에 더 많이 알리고 싶다. 

 

그러나 온갖 상(相)들, 껍데기들인 좋은 차, 좋은 집, 많은 돈, 명예, 사회적 영향력,, 권력, 지위, 학벌, 학력을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설사 그 껍데기들을 버리지 못하고 그 껍데기들을 다 누리고 살더라도 그 그 껍데기들들에 집착(執着)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수행이다. 그게 ‘아상(我相) 그 껍데기들’을 녹이는 이 세상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무아(無我)의 수행이고, 집착심(執着心)을 버리는 방하착(放下着)의 수행이며, 이 세상 모든 것은 항상하는 것이 없다는 무상(無常)의 수행이며, 텅 비어 있다는 공(空)의 수행이며, 다만 원인과 조건 따라 변화해 가는 것일 뿐이라는 인연법(因緣法)의 수행이다.

 

‘나’와 동일하다고 착각하는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 ‘나라는 것의 실체는 없기 때문이다'. ‘내 소유’에 얽매이고 집착하지 말라. ‘내 것’은 어디에도 없다. 하물며 수행하는 사람이 ‘나는 수행자다’라는 상을 내면서 스스로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스님들은 ‘스님’이라는 틀을 깨는 사람들이다. 부단히 스님이라는 틀을 깨고 나오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비로소 스님이라는 상에서 깨어났을 때 비로소 스님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2005.01.19  글쓴이 : 법상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