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건강할 때 읽어요. 웰다잉을 공부하는 죽음책 [죽음을 배우는 시간] 김현아 의대 교수
온갖단서책방 ・ 2021. 8. 31. 7:54
가족들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고 몸에 수십개의 관을 삽입한 채 24시간 울리는 기계음을 들으며 죽어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외면하면 이런 일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이 코앞에 다가오기 전까지 죽음을 생각하거나 준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평생을 함께 하는 존재입니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의 책에서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노화와 죽음까지도 '고쳐야 하는 병'이라고 여기게 되면서, 오히려 죽음을 덜 준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병원의 큰 수입이 되는 '죽음 비즈니스'에 속아서 가족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평온하게 눈을 감는 죽음을 생각할 거예요.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웰다잉을 위해서는 죽음을 공부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죽음은 죽기직전에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몸이 건강한 지금부터 노화와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어떻게? '죽음을 배우는 시간' 이 책에서는 실제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 / 김현아 / 창비 / 2020
노년의 죽음, 실제로는 이렇습니다!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인간의 수명은 최근 100년동안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각종 노화와 관련한 병이 발생합니다. 노년의 죽음, 어떤 모습일까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숙환으로, 지병으로, 암이나 심혈관계 질병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합니다. 그러다가 병원에 생사결정권을 넘겨주고 생을 마무리합니다.
병원에 생사결정권을 넘겨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공호흡기를 달고 가족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며, 수십개의 관을 매달고 24시간 울리는 기계음 속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누워있게 됩니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는 중환자실 생존 확률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살아남은 사람도 상당수가 뇌신경 등에 후유증이 남아서 중증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죽음을 배우는 시간!"
중환자실에서 뇌기능을 전부 상실한 환자들도 심장은 제일 마지막까지 뛴다고 합니다. 심장이 뛴다면 아무리 식물인간 상태여도 살아 있는 것이고, 인공호흡기를 떼려면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고 의식은 없는 채로 긴 시간을 보내게 되고, 가족들은 병원비와 간병으로 지치게 됩니다.
심장이 정지하면 이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합니다. 특히 몸이 쇠약해진 노인들은 갈비뼈가 부러지기 쉽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몇 시간씩 심폐소생술을 하면 갈비뼈, 몸안의 장기가 손상되어 입으로 피를 토한다고 해요.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는 5시간동안 심폐소생술을 해서 시신이 만신창이가 된 사례도 나옵니다.
이런 모습으로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죽음을 공부하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다고 해요. 집안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열이 나고 아픈데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노화와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이고, 과도한 병원진료를 거부하는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웰다잉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희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임종 전 마지막 2-3개월을 가족들과 생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중환자실에서 보내게 되는 현실입니다. 이 과정의 의료를 연명의료라고 하는데요, 의식이 없어도 인공호흡기를 달아놓는 등의 처치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입니다. 현대의학은 노화로 인한 자연사마저도 고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웰다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 의료 시스템과 법테두리 안에서는, 생존가능성이 희박해도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을 해야만 의사가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임종 과정에서 당사자도, 가족도 고통을 겪을 수 있어요.
노화에서 죽음으로 이르는 과정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여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거부한다는 문서도 작성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문서만 작성한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자녀와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 가족일수록 나중에 문제삼는 경우가 있다며, 그들에게도 연락해서 알려야한다고 조언합니다.
대부분이 집에서 죽는 것을 선호하겠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합니다. 환자용 침대가 들어갈 공간, 24시간 간병인 비용 등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죽음의 장소는 요양원인데요, 요양원에 자리가 없어서 요양병원을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요양병원의 경우는 병원이기때문에, 상태가 나빠지면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기 때문에, 상급병원에서 연명치료를 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요양병원의 의료진에게 여기가 나의 마지막을 보낼 장소라는 것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해요.
죽음 비즈니스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슬기롭게 죽는 밥
92세 할어버지의 사례, 죽음의 의료화
웰다잉을 공부하는 죽음책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기억에 남는 사례를 소개해드릴께요. 죽음의 의료화가 가져오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92세 할아버지가 호흡곤란으로 저녁 8시에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할아버지는 그동안 큰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지내다가 1년전부터 서서히 기운이 없어지기 시작하여 외출을 못하게 되었다. 5개월 전부터는 혼자서 화장실 출입도 못하게 되어 대소변을 받아내게 되었으나 식사는 혼자 했다. ..... 병원에 오던 날 아침 할아버지가 약간 열이 있는 듯하면서 횡설수설 하다가 점점 의식이 나빠지면서 숨을 몰아쉬자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응급실에 들어온 할아버지는 이제 더이상 '할아버지'가 아닌 '환자'가 된다. ....
"상태가 너무 안좋네요. 지금까지 뭐하신거에요?"
몇 달동안 할아버지 곁을 지키며 대소변을 받아내고 고생한 보호자들은 순간 죄인이 된다.
"그렇게 안 좋으신가요? 엊까지는 식사도 그런대로 하시고 말씀도 하셨는데..."
"....지금 곧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하니까 그리 아세요. 동시에 혈액투석도 해야 합니다."
그때서야 가족들은 1년간 매일 보면서도 외면했던 사실을 깨닫는다. 할아버지가 이제는 돌아가신다는 것을... 부랴부랴 나머지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고 깨알 같은 글자가 박힌 서류들에 서명하느라 눈물을 흘릴 시간조차 없다. ........ 눈도 한번 더 못맞추고 할아버지는 중환자실의 매정한 철문 뒤로 사라진다. .... 환자가 사망한 후에나 가족들은 중환자실에 들어가 환자를 볼 특권(?)이 생긴다. ... 언제 달았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수액줄들과 의료기기들을 떼어내고 환자는 영안실로 옮겨진다.
응급실 원무과 직원은 하품을 참으며 환자의 사위에게 121만원의 치료비가 찍힌 고지서를 건네준다. 사위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충격이지만 방금 받은 고지서도 못지않게 충격이다. "겨우 10시간 있다가 결국 돌아가셨는데 100만원이 넘는 치료비가 웬 말이냐?"라고 따져보지만 ... 계산에 틀림은 없다. (96-99쪽)
옛날같으면 할아버지가 이제 돌아가시게 된다는 걸 옆에서 다들 알고 준비를 했을 거예요. 하지만 현대의학의 발달로, 사람들은 자연사(自然死)도 고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부모가 돌아가실 때가 되었어도 "이러다가 나빠지면 병원에 모시고 가면 방법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합니다.
92세 할아버지는 노화로 인한 자연사로 죽음을 맞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있었습니다. 근력 약화에 의한 활동력 저하 -> 식이 섭취 부진 -> 영양실조 및 탈수에 의한 장기기능 저하 -> 인두근 약화에 의한 흡인과 폐렴 -> 사망이라는 과정이 자연사의 과정인데, 현대의학에서는 모두 처치가 가능한 질환으로 탈바꿈했다고 [죽음을 배우는 책]에서 언급합니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 건강할 때 공부하는 죽음에 관한 책
마지막 순간에 고통스럽지 않기를...
웰다잉을 공부하는 죽음책 [죽음을 배우는 시간]을 읽으면서, '집에서 죽는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과거 우리 조상들이 생의 마지막에 곡기를 끊고 죽음을 맞던 일은 이제 심하게는 유기로까지 비난받게 되고 하다못해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수액이라도 맞다가 죽어야 정상인 것처럼 오인하는 사회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103쪽)
가장 까까운 가족들의 접촉도 금지되는 중환자실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반적으로 중환자실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인공호흡기가 의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거의 고문에 가까운 고통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인공호흡기를 달면, 자가호흡을 하지 못하도록, 즉 의식이 없도록 다량의 수면제를 처방한다고 해요.
인공호흡기 기계호흡 전 과정으로, 기도삽관을 하고 앰부배깅을 하고 사람이 짜넣는 호흡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기도삽관은 환자의 입을 통해 폐로 내려가는 관을 넣는 것으로 관은 내경이 7-9밀리미터 정도인데 가운데 손가락 굵기 정도라고 합니다. 의식이 있으면 상당히 힘든 과정이고, "나중에 회복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아프다며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급하지 않으면 환자를 약으로 진정시키고 삽관을 하게 되지요.(260쪽)"
생사의 갈림길에서, 슬기롭게 노화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
의사들은 남편이 더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지만, 저는 생살을 찢고 관을 삽입하던 그때 남편이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봤습니다. 목과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습니다. 피도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 저는 그날 새로 배에 구멍을 뚫어 관을 삽입한 이후 다시는 남편에게 이런 고통을 주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43-244쪽)
12년간 남편을 간호한 아내는, 회생가능성이 없는 치료에 대해 비급여를 적용하는 심사평가원의 결정에 따라 집으로 남편을 옮겼습니다. 어느날 남편의 배에 삽입한 위루관이 빠졌다는 걸 알았지만 병원에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물과 요구르트로 연명한 지 5일 만에 남편은 영양 결핍과 탈수로 숨졌습니다. 검찰은 "설사 내일 죽을 사람이더라도 의료기관이 아닌 개인이 타인의 생명을 결정할 수는 없다"며 남편의 고통이 보기힘들어 위루관을 방치한 것은 본인의 선택일 뿐 고인의 선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내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습니다.
..... 이번에는 어떠실까요? 그건 과정일뿐입니다.
제 경험상, 병원에서 의사가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건, 심하게 아프지 않다는 말과 동의어였어요. 의사는 남편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지만, 아내는 남편의 고통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위루관이 빠진 자리에 다시 넣는게 아니라, 새로 몸에 구멍을 뚫어야한다는 걸 알았을 때 남편의 고통이 느껴졌을 거예요.
죽음의 순간에, 고통스러움을 감내하면서까지, 몇 시간, 몇 달의 시간을 의식이 없는채로 연장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겨우 의식이 돌아왔다고 해도 대소변, 식사 모든 걸 타인의 손에 맡겨야 하는 생명연장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웰다잉을 공부하는 죽음책 [ 죽음을 배우는 시간]을 읽을 수록,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좋은 죽음, 바람직한 죽음이란?
웰다잉,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건강할 때 읽고 공부하는 죽음에 관한 책 [죽음을 배우는 시간]을 소개해드리고 있어요. 이 책의 저자 김현아님은 30년동안 의사로 살면서 준비 없이 맞이하는 죽음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는지 수없이 지켜봤다고 해요. 그래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고 합니다.
김현아 의사, 30년간 의료현장에서 웰다잉을 고민합니다.
'죽음'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단어이지요. 젊고 건강한 사람은 건강하니까 죽음을 생각하지않고, 나이든 노인들 앞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건 금기시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 책에서 언급했듯이, 현대의학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되었을 것 같아요. 과거에는 인간의 노화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현대에는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칠 수 있는 병은 반드시 고쳐야합니다. 하지만 자연사마저도 거부하고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연사를 판명하는 기준도 모호하고, 노년에는 '검사만 하면 병명이 나오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온갖 연명치료를 하게 됩니다. 인간은 평생 사용하는 의료비보다 죽기직전에 사용하는 의료비가 더 많다고 합니다. 병원의 죽음 비즈니스가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언젠가는 반드시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여기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거에요. 그리고 임종이 다가오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내 물건들을 정리합니다. 현대의학과 법에 의해 원치않는 생명연장을 막기위해, 사전연명의향서와 같은 연명치료 거부의사를 미리 밝혀둡니다.
건강할 때, 이 책 [죽음을 배우는 시간]을 읽으며 죽음을 공부하시길 권합니다. 죽음책을 통해서 오히려 지금 여기 현재를 충실하게 살려는 의지가 생길거예요. 죽음 공부를 통해서 미래의 어느날 다가올 죽음을 늠름히 대비할 수 있을 겁니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 저자 김현아 출판 창비 발매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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