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죽음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장백산-1 2021. 7. 17. 21:48

죽음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환상(幻想)은 사회적인 환상(幻想)이다. 명상을 조금이라도 경험했다면, 자신이 육체와 분리되어 있다는 진실을 일별한 경험이 있다면, 자신을 육체와 동일시(同一視0 하지 않는 느낌을 잠시나마 깊게 경험했다면, 죽음이 목전에 찾아왔을 때 무의식(無意識) 상태에 빠지지 않고 허둥대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무의식 상태는 이미 사라져버린 것이다.

 

깨어있는 의식 상태, 앎의 의식 상태로 죽을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자신 안에서 뭔가가 죽는 것이지 자신이 죽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항상 자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죽음이 목전에 찾아왔을 때 무의식(無意識) 상태에 빠지지 않고 허둥대지 않는 사람은 자신과 육체의 분리(分離)를 바라보면서 결국 자신의 육체가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 죽음은 단지 자신과 육체의 분리가 된다. 자신과 육체의 연결고리가 떨어지는 것과 같다. 이것은 마치 내가 집에서 집 밖으로 걸어 나오면, 집 밖에 대해 전혀 모르는 가족들이 문 앞에 나와서 나에게 슬픈 작별을 고하고 자신들이 작별인사를 고하러 왔던 그 사람이 죽었다고 느끼는 것과 같다.

 

죽음이란 단지 육체(肉體)와 의식(意識)이 분리(分離)되는 과정(過程)이다. 육체(肉體)와 의식(意識)의 이런 분리(分離)로 인해서 그같은 분리(分離)를 죽음이라고 부르는 건 무의미하다. 죽음은 단지 육체(肉體)와 의식(意識)을 연결하는 연결고리의 분리, 연결고리의 종결에 불과하다. 죽음은 헌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과 같다. 따라서 깨어있는 의식 상태에서 죽는 사람은 사실 절대로 죽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깨어있는 의식 상태에서 죽는 사람은 죽음은 없다. 그는 죽음을 환상이라고 부르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누가 죽고 누가 죽지 않는가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단지 우리가 어제까지 삶이라고 불렀던 것이 연결관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 연동관계가 끝난 것이다. 죽음은 이제 예전의 연동관계가 아닌 새로운 연동관계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새로운 연결, 새로운 여행일 것이다.

 

깨어있는 의식 상태에서 삶을 살았을 때에만 깨어있는 의식 상태에서 죽는 것도 가능하다. 깨어있는 의식 상태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면 분명히 깨어있는 의식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은 삶의 여러 가지 현상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달리 말하면, 죽음은 그대가 삶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현상들 중 마지막 현상이다. 죽음은 삶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죽음은 과실수(果實樹)가 열매를 맺는 것과 같다. 고실수의 열매는 처음에는 초록이었다가 점차 노랗게 변한다. 그리고 더 진한 노란색이 되었다가 마침내 완전히 노랗게 변한 다음 나무에서 저절로 땅에 떨어진다. 다 익은 열매가 과실수에서 땅에 떨어지는 현상은 열매가 노랗게 익어가는 과정 밖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다 익은 열매가 땅에 떨어지는 현상은 노랗게 변해 다 익은 열매가 최종적인 성취를 이루는 것이다.

 

나무에서 다 익은 열매가 땅에 떨어지는 현상은 외부적인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열매가 노랗게 변해 익어가는 과정이 축적된 결과이다. 그것은 열매가 익어가는 과정을 모두 거친 다음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열매가 초록색이었을 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아직 익지 않은 열매는 마지막 과정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아직 나무에 꽃이 만개하지 않았을 때에도 같은 과정이 일어난다. 그때 열매는 나무 속에 숨겨진 채였다. 그런 상태에서도 열매는 마지막 과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과실 나무가 아직 성장하지도 않고 여전히 씨앗 상태로 있었을 때에는 어떠했는가? 그때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준비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직 씨앗이 맺지도 않고 나무에 숨어있던 때에는 어떻겠는가? 그 역시 동일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죽음이라는 현상은 같은 삶의 현상에 속하는 여러 과정들 가운데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준비 과정일 뿐이다. 죽음이라는 현상은 하나의 관계, 하나의 순서가 다른 관계, 다른 순서로 대체되는 현상에 불과할 뿐이다.

- 오쇼의 <초월의 명상> 중에서